[김태우] 미얀마 개혁과 북한 개혁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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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오랫동안 폐쇄와 은둔을 고집해온 나라였지만, 2011년 총선 이후 빠른 속도의 개혁개방을 실시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데, 이것이 북한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경우 국민들의 원성과 요구에 의한 상향식 개혁이 아니라 테인세인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여기에 대한 군부실세들의 합의에 의해 추진되는 하향식 개혁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

미얀마는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광대한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아시아 경제부국의 지위를 누렸으나, 1962년 네윈(Ne Win)장군이 집권한 이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고집하면서 고립의 길을 걸었습니다. 버마식 사회주의란 인본주의와 불교식 이상주의를 접목한 것으로 외세의 도움이나 간섭을 배제하는 독자적 생존이념이며, 이런 점에서 북한의 통치이념인 주체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주체사상이 사실상 수령독재 체제를 떠받치는 통치이념이듯 버마식 사회주의 역시 군부독재를 영속화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변화의 바람은 200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했습니다. 버마 지도부는 2007년 민주화 7단계 로드맵을 발효시키고 신헌법을 채택했습니다. 신헌법에 따라 2011년에는 20년 만에 총선이 실시되었는데, 군부세력이 주축인 연방단합발전당(USDA)이 총 의석의 3/4을 차지했습니다. 즉, 총선으로 외형상 민간정부가 출범했지만, 퇴역군인들이 정부요직을 장악하고 민주인사들이 투옥되는 등 기존의 독재관행이 유지되면서 실질적인 정치발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는 민주화 투사의 상징인 아웅산수치와 회담하여 개혁의 방향을 설정하였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개혁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새 정부는 우선 2,100명의 정치범을 석방했고, 반정부 성향을 가진 소수민족들과의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국민적 화해를 시도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간인 15명으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하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노동법을 제정했으며, 과거 군사정부 시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자유화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이중환율제를 폐지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경제특구법을 제정했습니다. 명목은 수출입 허가 업무이지만 사실상 군 수뇌부들의 부정축재의 온상이었던 무역평의회도 폐지했습니다. 외교적으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버마는 2012년 미국과 대사급 관계를 성사시킴으로써 친중국 구도에서 탈피 중이며, 미국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미얀마에 대한 원조를 재개하고 2013년에는 경제제재들을 해제했습니다. 현재 미얀마는 아세안(ASEAN)의 의장국입니다. 중국이 인도와 미얀마를 인도양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여기고 있는 중에 미국은 필리핀-태국-미얀마-인도를 잇는 안보벨트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쟁구도는 미얀마의 외교적 위상을 더욱 높여줄 전망입니다.

요컨대, 미얀마는 군 실세들이 여전히 막강하여 정부와 군부가 권력을 양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바로 이들 스스로가 국민을 위한 ‘위로부터의 개혁’을 선택한 것입니다. 때문에 미얀마 군부도 향후에는 인도네시아나 태국의 군부와 같이 정치권력에서 퇴진하여 국방을 담당하는 주체로 전문화될 전망입니다. 개혁의 길을 열어 제친 미얀마의 장래는 매우 밝습니다. 아직은 국민소득 1,000달러 수준의 가난한 나라이지만, 개혁개방이 급물살을 타면서 지난 10년간 외국인투자는 40배로 증가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주요 경제기관들은 앞으로 미얀마가 연평균 7~8%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얀마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한국의 새마을 운동에 관심이 많고, 한류와 K-pop을 좋아하며, 한국과의 교류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군 출신인 테인 세인 대통령 스스로 국민을 위한 개혁의 견인차가 되고 있는 버마의 사례가 북한의 지도자들에게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버마는 한반도의 세배가 넘는 광대한 국토에 원유, 구리 등 자원이 풍부하고 6,000만 명의 방대한 내수시장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북한의 잠재력 또한 이 못지 않습니다. 개혁개방의 길을 택한다면 북한경제의 전망은 미얀마의 그것보다 더욱 밝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