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북한이 또 다시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2016년 10월 20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여 실패한지 약 4개월 만에 그리고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지 3주 만에 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이날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인근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최고도 550km를 지나 500km를 비행했으며, 최대 속도는 음속 10배로 노동 미사일의 최대 속도 마하 9.5보다 조금 더 빨랐습니다. 한국의 합참은 일단 개량형 노동미사일이나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했지만, 2월 13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도 하에 고체연료 엔진이 탑재된 새로운 타입의 중거리 전략무기 북극성-2호의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극성이란 사거리가 2,400km정도로 추정되는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으로서 2016년 8월 24일 동해에서 발사하여 500km를 비행한 후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낙하하는 등 북한이 작년 한해 동안 수 차례 시험발사를 실시했었습니다.
이제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의 목적과 관련해서 더 이상 신비스러울 것은 없습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의 의도 역시 궁금할 것이 아무 것도 없을 정도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북한은 무수단이나 북극성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핵을 탑재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상태이며, 2016년 한해 동안 무려 8회에 걸쳐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들에 도달할 수 있는 타격수단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미 양국이 구축 중인 선제 및 방어체계를 회피·돌파하고자 함이며, 사거리가 2~3,000km인 중거리 미사일로도 고각으로 발사하면 서울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입니다. 이번 발사도 의도적으로 발사각도를 높여 비행거리를 줄인 일종의 고각 발사인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6월 22일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은 1,400km의 고도까지 올라가서 400km만을 비행한 노골적인 고각 발사였습니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북한의 의도는 매우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핵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중에 그것도 아베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중에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기조가 오바마 행정부와 얼마나 다를 것인지를 가늠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간보기식 도발을 한 것입니다. 게다가 고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 2월 16일이고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금년도 신년사를 통해 핵무력 고도화를 계속하고 국제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큰 소리를 친 상태에 이어서, 국내정치나 체면을 위해서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큰소리를 쳤음에도 ICBM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경해지는 미국의 북핵 기조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며, 동시에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도 의식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지난 4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를 자제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북한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는 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도발과 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며, 이번에도 유엔안보리가 비상회의를 소집한 상태입니다. 북한은 더욱 가혹한 경제·외교 제재에 직면할 것이며, 유엔은 회원국들에게 안보리 결의 2270호와 2321호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할 것입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세계 모든 기업들에게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거듭할수록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강화될 것이며, 미국에서는 대북 선제타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도발은 한미 양국군의 연합훈련의 강도를 높일 것이고, 북한을 위협하는 미국의 전략자산들을 불러들일 것이며, 한일 간 안보협력도 재촉하게 될 것입니다. 한일 양국은 작년 11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함으로써 안보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바 있습니다. 한국사회에 대응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며,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동북아의 핵확산 도미노를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에게는 미사일 발사 한번 하는 돈으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남북상생이라는 좋은 대안을 제쳐두고 위험한 행보를 계속한다면, 결과에 대해서도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