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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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북한이 1월 6일 기습적으로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어서 2월 7일 ‘우주개발을 위한 평화용 위성’이라는 뻔한 거짓말을 앞세우고 ‘광명성 4호’를 발사한지 사흘만의 일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과 함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치로 내걸고 비무장지대 평화생태공원 건설, 경원선 복원, 남북러 합작사업 등을 추구했으며 2014년 드레스덴 선언 이후 유엔기구들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폭 늘리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마사일 발사뿐이라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광란(狂亂)의 경지에 이른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놀음에 대해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국제사회가 결단하지 않으면 북한은 5차, 6차 핵실험을 이어갈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는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에게는 한 가지 딜레마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국제사회를 향하여 ‘돈줄 죄기’를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를 호소하면서도 스스로는 개성공단을 통해 매년 1억 달러의 경화(硬貨)를 북한에 제공하는 모순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은 개성공단의 유지와 가동을 위해 쓰는 비용들을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하에서 평화를 유지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라는 명분으로 스스로 정당화해왔습니다.

사실도 그랬습니다. 124개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옥동자이자 남북관계의 허파이자 숨구멍으로서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완충지대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5만 5천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와 20만 명 가족들의 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인도주의적 명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2006년 이래 유엔안보리가 5개의 대북 제재결의를 통해 북한을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중에도 개성공단은 ‘면책 특권’을 누리면서 가동되어 왔습니다.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출입차단으로 3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한국 정부는 재가동을 위한 협상을 수용하여 가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기는커녕 ‘수소탄 개발’을 선언하고 대륙간탄도탄이 될 수 있는 장거리 발사체의 실험을 반복하면서 한국 정부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말았습니다. 말로는 ‘인민경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면서 한국의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정권의 핵·미사일 놀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북한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위한 은밀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온 노동당 39호실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달러의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음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입니다. 39호실은 제2경제위원회, 노동당 군수공업부 등과 함께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핵심부서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은 스스로 모순에서 벗어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커다란 외교적 외침을 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직후 북한은 크게 화를 내면서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면서 한국측 인원들에게 40분 이내에 떠나라고 통보하는 비상식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이들이 몸만 빠져나오면서 남겨둔 공장, 설비, 자재, 완제품 등을 모두 몰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입에 담기 어려운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쏟아 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화를 낼 입장에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정부는 결코 남북관계 및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개성공단이 가지는 가치를 간과한 적이 없으며 때문에 이번에 전면 중단이라는 조치를 취한 것에는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수반되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한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일이 없었다면 한국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멈출 줄 모르는 북한 정권의 핵놀음의 화마(火魔)가 개성공단을 집어삼킨 것입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여전히 희망의 불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더불어 잘사는 남북관계를 희망하고 나선다면 한국은 언제라도 공단재개에 나설 것이며 그것이 한국 정부와 국민이 바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