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주 해군기지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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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6일 제주도의 남쪽 강정마을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수많은 내빈과 제주도민 그리고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해군의 제주기지 준공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문제는 일찍이 1993년에 결정되었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지연되다가 2010년에 착공되어 이날 준공식을 가진 것입니다. 총 1조23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제주기지는 함정 20여 척과 15만 톤 급 대형 크루저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군 복합항으로서 해상에 2.4Km의 계류부두와 2.5Km의 방파제가 그리고 육상에는 14.9만 평의 부지에 지휘부, 지원시설, 종교•복지•체육 시설 등이 건설되었습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이 기지가 미국의 하와이나 호주의 시드니처럼 안보와 제주도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민군복합항이 될 것을 축원했으며, 황교안 국무총리도 축사를 통해 해군 제주기지가 남방해역의 해양국익을 지키면서 동시에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실로, 해군 제주기지의 준공은 대한민국 해군은 물론 해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은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 또한 자명합니다. 첫째, 제주기지의 준공은 제주도가 조국을 수호하는 최일선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준공을 앞둔 작년 12월에 제주기지전대가 창설되었고 제7기동전단과 93잠수함전대도 둥지를 틀었습니다. 제7기동전단은 이지스함 3척을 포함한 9척의 대형구축함으로 이루어진 한국 유일의 기동전단으로 2010년 2월에 창설되어 그동안 부산 작전기지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3개의 대대로 구성된 해병 9여단도 창설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제주도는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DDG), 3,200톤급 DDH-Ⅰ구축함, 4,400톤급 DDH-Ⅱ 구축함, 1,200톤급 장보고급 잠수함(SS-Ⅰ), 1,800톤급 손원일급 잠수함(SS-Ⅱ), 고속정, 지원정 등 다양한 해군함정과 증강된 해병대 병력을 거느리는 안보의 요충지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동북아에는 신냉전 구도의 급부상과 함께 안보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앞세우고 팽창주의적 해양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은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통해 이를 견제하면서 기존의 해양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중국과 일본 간에는 치열한 해양군비경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미일동맹에 대항하는 중․러 전략적 제휴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해상수송로를 수호해야 하고 해양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세계 2위의 해군력을 가진 중국 및 세계 3위의 해군력을 보유한 일본과 협력과 견제를 조화시켜나가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북한의 멈추지 않는 핵개발과 대남 무력도발은 동북아의 안보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제주기지가 완공됨으로써 한국 해군은 더욱 신속․강력하게 제반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향후 울릉도에 새로운 해군기지가 탄생하면 해군과 해병은 나라를 지키는 최일선 군대로서 동․서․남해를 연결하는 U자형 방어선을 완성하게 되며, 제주기지는 그 방어선의 중심축이 될 전망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준공은 보다 튼튼한 국가안보를 확립하기 위한 또 하나의 유의미한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제주기지는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를 내다보는 창(窓)이자 대양해군으로 발전하기 위한 도약대입니다. 앞으로도 한국 해군은 1, 2, 3함대로 편성된 지역함대의 증강과 함께 7기동전단을 더욱 막강한 전력을 가진 기동함대로 탈바꿈시켜야 하고, 항공전력, 해상초계 능력 등도 확충해야 합니다. 잠수함사령부도 조만간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향후 해군은 전략타격 능력의 증강과 함께 원거리에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는 응징군사력(2nd Strike Forces)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해군 제주기지는 앞으로 한국 해군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창이자 도약대인 것입니다. 한국 해군은 장보고-이순신-손원일의 바다사랑과 애국심 위에서 창설되어 6.25전쟁을 위시한 북한의 무력도발을 겪으면서도 기적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해군은 제주기지의 준공을 계기로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