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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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일 유엔안보리가 결의 2270호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57일만에 그리고 광명성 4호 발사로부터 25일만에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제 결의를 채택한 것입니다. 전문 12개항과 본문 52개항 그리고 부속서 5개로 구성된 결의 2270호는 북한에 대해 대외교역,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수출입, 금융 및 재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제재조치를 명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많은 조직과 단체 그리고 개인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요컨대,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이라고 하는 특정국에 대한 포괄적·전방위적 제제로서 안보리가 통과시킨 비군사적 제재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종전의 결의들이 유엔 회원국들에게 권고하는 방식의 표현을 사용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모든 조항에서 “결정한다(decide)”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구속력을 높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북한의 대외교역과 관련해서 동 결의는 무기거래 금지, 광물수출 금지, 해상 및 항공운송 통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형무기 수입 및 판매는 허용되었지만 이제부터는 어떠한 무기도 수입 또는 판매할 수 없으며 수리나 서비스 목적의 무기 운송도 금지되었습니다. 동시에 무기는 아니더라도 무기개발에 사용될 수 있거나 북한군의 작전수행 능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산품을 포함한 모든 물품이 금수대상이 되었으며, 군사조직, 준군사조직, 경찰 등을 훈련시키기 위한 훈련관 및 자문관의 초청 또는 파견도 금지되어 유엔회원국들이 이 결의를 준수한다면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파견중인 군사교관들도 모두 철수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북한은 강력한 캐치올(Catch-all) 방식의 전방위적 수출통제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민생 목적을 제외한 광물수출도 금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주요 외화수입원인 석탄, 철, 철광석 등을 수출할 수 없게 되었으며, 금, 바나듐, 티타늄, 희토류 등도 금수대상이 되었습니다. 항공유와 사치품도 금수대상에 포함되었는데, 북한의 민항기들은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한 항공유 재급유만 받을 수 있습니다. 사치품의 경우 종전의 5가지에서 12가지로 금수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즉, 진주, 보석, 보석용 원석, 요트, 고급 자동차, 귀금속, 경주용 차량 등이 종전의 금수품목이었으나, 이제는 고급시계, 귀금속, 레크레이션 스포츠 장비, 개인선박, 수상 레크레이션 장비 등도 수출입이 금지되었습니다.

해상운송 및 항공운송을 통제하기 위해 동 결의는 북한을 입출입하는 모든 화물의 전수조사를 의무화했고, 불법품목 적재가 의심되는 항공기의 이착륙 및 영공통과를 금지했으며, 제재대상 단체 개인이 소유 운영하거나 불법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의 입항도 금지시켰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31척을 동결대상으로 지정함으로써 북한이 이 선박들을 국외에 매각하거나 폐선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제재 기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에 항공기나 선박을 대여하거나 승무원을 제공하는 것도 민생목적을 제외하고는 금지했으며 외국선박을 북한 국적선으로 등록하는 행위도 금지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불법 품목 적재가 의심되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북한 선박을 검색하도록 한 종전의 제재보다 확연하게 강화된 것입니다. 동 결의는 대량살상무기 수출통제를 위해서도 캐치올 방식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즉,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행위를 금지한 종전의 결의에 더하여, 탄도미사일 발사, 위성발사, 우주 발사체 관련 모든 형태의 기술협력을 금지했으며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의 목록도 크게 확대했는데 여기에는 핵무기는 물론 생물무기와 화학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품목들도 포함되었습니다.

금융 및 재정에 대한 제재는 북한 지도부의 돈줄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북한은행의 해외 사무소 폐지, 신설 금지, 송금활동 금지 등이 명시되었으며, 결의가 제대로 준수된다면 중국에 있는 수십 개의 북한은행 사무소들은 폐쇄되어야 하고 해외지사나 사무소가 북한으로 달러나 위안화를 송금하는 것도 불가능해집니다. 북한 외교관이 외교특권을 악용하는 행위, 예를 들어 외교행랑을 통해 벌크캐쉬를 반입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제재대상 기관과 개인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번 결의의 특징입니다. 지금까지의 안보리 결의들은 20개 단체와 12명 개인에 대해 제재하고 있었지만, 이번 결의는 단체 12개와 개인 16명이 추가되어 총 32개 단체와 28명 개인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으며, 12개월 단위로 제재대상 단체 및 개인을 업데이트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국방과학원,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노동당 군수공업부, 39호실, 제2경제위원회, 정찰총국 등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정부기관들이 추가되었으며, 청천강해운, 대동신용은행, 혜성무역회사, 조선광선은행, 조선광성무역회사 등 자금조달에 관여해온 단체들도 포함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은행이나 회사로 위장한 해외조직들이 노동당 39호실의 지휘 아래 매년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영하면서 북한 지도부에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개인으로는 현광일 국가우주개발국 과학개발부장, 리만건 군수공업부장,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 미사일 및 재래무기 수출 금융업무를 지원해온 단천상업은행의 최성일 베트남 대표 등이 제재대상으로 추가되었습니다. 리만건은 이병철, 박도춘 등과 함께 군수공업부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휘하는 핵심인물입니다. 제재대상이 된 단체와 개인들은 자산동결, 재원 이전 금지, 비자발급 거부, 입국금지,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당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해외에 있는 이들 단체 또는 개인의 사무소나 지사도 폐쇄하고 인원을 추방하도록 했고, 해외에서 유엔제재를 회피하거나 위반하는 단체나 개인도 추방하도록 했으며, 북한의 불법행위에 연루된 제3국인도 추방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렇듯 안보리 결의 2270호가 규정한 대북제재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방대하며, 여기에 더하여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은 독자적인 제재조치도 취할 예정입니다. 당연히 북한의 무역이나 민항기 운행이 크게 위축되고 돈줄도 고갈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정권이 신년사에서 약속한 인민경제 향상을 실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런 제재를 받으면서도 굳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여 대남위협을 일삼아야 하는지에 대해 무척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