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으로부터 테러를 당하는 유감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날 리퍼트 대사는 한국의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조찬강연회에서 강연을 하러 갔다가 참석자로 위장한 괴한으로부터 기습적인 테러를 당해 얼굴과 팔을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는데, 대사를 찌른 칼이 오른쪽 경동맥을 불과 1~2cm 차이로 피해갔기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생명의 위협을 피할 수 있어서 불행중 다행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테러범 김기종은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인사로서 지난 2010년에도 초청연사로 강연을 하던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덩어리를 던지는 테러를 범했고, 그 전인 2007년에는 청와대 앞에서 분신소동을 벌이기도 했었습니다. 이날 김기종은 체포되어 끌려가면서도 현재 실시중인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김기종은 지금까지 북한을 여덟차례나 방문했고 2011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덕수궁 앞에 분향소를 설치한다면서 난리를 피운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김기종의 단독범행인지 아니면 배후 종북 세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저지른 조직적 범죄인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만, 어느 경우든 한국사회에 잔존하는 종북세력이 저지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흉측한 이념성 테러범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한국민들은 두 가지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데 하나는 실망스러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무적인 것입니다. 실망스러운 현상은 북한이 보여준 외교적 결례입니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리퍼트 대사의 발언들에 대해 “명줄을 끊어놓아야 한다”는 등의 막말비방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이 터지자 “전쟁광 미국에 대해 정당한 징벌을 가한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외교적 결례이며,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체제생존에 운명을 걸고 있는 북한의 권력자들에게는 강력한 한미동맹이란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더구나, 리퍼트 대사가 오바마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실세 외교관이고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붙여줄 만큼 친한(親韓)적인 인사라는 사실도 그들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 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위로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막말비방을 쏟아낸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외교적 결례입니다.
다른 한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한국정부와 국민이 보내주고 있는 성원입니다. 리퍼트 대사의 피습소식을 접하자 외교부 장관을 위시한 한국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여야(與野) 대표들이 병원을 찾았고, 9일에는 중동방문으로부터 막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도 병원을 방문하여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국민이 보여준 뜨거운 성원이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병석에 누워서 쇄도하는 한국민의 성원에 감사를 표했으며, 조속한 시일내 업무에 복귀하여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리퍼트 대사 개인에게는 충격과 고통을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정부 그리고 양국 국민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북한당국자들은 느껴야 합니다. 평양의 관영매체들이 김기종 같은 사람들의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분칠하고 종북세력들을 부추길수록 종북세력에 대한 한국사회의 경계심은 더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건을 겪을수록 그리고 북한이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까지 이치에 닿지 않는 선동을 시도할수록, 초래되는 결과는 오히려 북한에게 불리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김기종의 테러범행은 한국 국민에게 종북세력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우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준 사건이었습니다. 북한이 보여준 외교적 결례는 스스로에게 더 깊은 고립을 자초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