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지난 3월 2일부터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지휘소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은 3월 13일 종료되었으며, 야외 실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3월 24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휘소 연습이란 북한의 남침 또는 도발을 가정하고 한반도 방어를 위한 30여 가지의 시나리오를 마련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 훈련에는 한국군 1만 명과 미군 8600명이 참가했으며, 미국의 연안전투함 포스트워스호와 미7함대 지휘함인 를루릿지함도 참가했습니다. 주한유엔군사령부에 파견된 호주,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의 소수 병력도 참가했으며, 훈련이 정전협정 취지를 위배하는가를 감독하기 위해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파견된 스위스와 스웨덴의 인원들도 동참했습니다.
독수리 훈련에는 3,700명의 미군과 한국군의 사단급 부대 이상 20만 명이 참가하고 있는데, 유사시 미군 증원군의 효율적 전개 및 통합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군은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에 앞서 2월 24일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연습일정을 알려주고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방어훈련이라는 점도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해온 북한은 이번에도 비난공세를 퍼부었습니다만 올해는 그 강도가 유별나게 높았습니다. 2월 24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북한을 압살하기 위한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한 것을 필두로 하여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연일 세찬 비난을 쏟아냈고,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잿가루도 남지 않게 할 것”이라는 협박도 내놓았습니다.
3월 2일과 12일에는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대북결의안을 위배하면서 스커드 계열의 미사일과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여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또한, 노동신문은 전면적인 핵전쟁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백악관과 청와대를 비롯한 침략과 도발의 본거지들이 우리의 조준경 안에 있다”라면서 한미 양국의 수뇌부를 직접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과연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여러분은 저 악명높은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나뭇가지 치기 작업을 하던 미군장교를 북한군이 도끼로 무참히 쳐죽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976년 시작한 것이 팀스피리트 훈련이었습니다. 이는 한미연합군 20 만 명이 동원되고 미군의 핵항공모함까지 동원되는 대규모 연합훈련이었습니다.
북한은 북침용 전쟁게임이라고 비난했지만, 이는 북한이 남침하는 경우 한국을 방어하고 반격에 나선다는 연합작전계획5027을 점검하는 훈련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 12월 남북한 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이 서명되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팀스피리트 훈련은 1992년부터 중단되었습니다. 그 대신 1995년부터 실시한 것이 RSOI라는 전시증원훈련이었습니다.
RSOI라는 것은 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의 약어로서 유사시 미군증원군을 수용해서 대기시키고 전방으로 이동시켜서 전투에 참여시키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었습니다. RSOI 훈련은 팀스피리트 훈련에 비해 규모가 줄었으며 실제로 이동하는 병력을 줄이는 대신 CPX라는 시뮬레이션 방식을 도입한 축소된 훈련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이 불거진 2002년부터 RSOI 훈련의 규모가 커지면서 야외기동 훈련인 독수리 훈련이 추가된 것인데, 이것을 2009년부터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으로 개칭하여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군대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군대가 존재하는 한 훈련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한미동맹이 있는 한 연합훈련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북한군이 동계와 하계로 나누어서 매년 두번씩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욱이, 한미 연합훈련은 침략에 대비하는 방어 및 반격훈련으로서 북한이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훈련입니다.
때문에 북한당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6.25 남침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생겨났고, 자신들이 저질러온 무수한 도발들 때문에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124군 부대의 청와대 기습 사건, 울진삼척 무장게릴라 침투 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이버 공격 등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자행해온 무수한 도발들이 오늘 키리졸브 훈련을 있게 만든 원인들입니다. 세계 15위의 경제강국이 된 대한민국이 전쟁을 원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키리졸브 훈련은 북한의 전쟁동기를 사전에 억제하고자 하는, 말하자면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군사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