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의 AIIB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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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한국은 AII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AIIB는 자본금 1,000억 달러로 시작하여 향후 5,000억 달러의 자본금 규모를 지향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국제금융기구로서 아태지역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작년 7월 한국 방문시에 한국의 가입을 적극 요청했었고, 이후 한국정부는 가입여부를 두고 고심해왔습니다. 한국정부가 고심한 이유는 아마도 두 가지였을 것입니다.

하나는 이 금융기관의 의사결정 체제가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것이 될 것인가라는 실무적인 고민이었습니다만, 사무국이 아닌 이사회, 즉 설립에 투자한 나라들로 이루어지는 이사회가 투자승인을 비롯한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체제로 갈 것이라는 예고가 나옴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한국의 고민은 해소된 셈입니다.

또 하나의 고민은 지정학적·지전략적 정세와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제금융체제는 2차대전이 끝나면서 미국의 주도로 탄생한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차대전의 종전이 다가오면서 당시 미국과 서방국들은 미국의 소도시 Bretton Woods에서 회의를 가지고 종전후의 국제무역체제와 금융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으며, 이 합의에 따라 자유무역을 보장하기 위한 GATT 체제가 탄생했고 이것이 케네디 라운드, 동경 라운드, 우루과이 라운드 등을 거치면서 체제개선을 지속하여 마침내 오늘날의 세계무역기구(WTO)로 재편된 것입니다.

또한, 종전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World Bank)등이 창설되어 오늘날까지 중요한 국제금융기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연장선에서 아시아에서는 1968년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창설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설립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중심의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역내국가들간의 관세철폐를 목표로 하는 RECP(Regional Economic Cooperation Partnership) 역내경제협력체를 추진하는 것이나 아태지역의 궁극적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주도하는 것도 미국이 주도하는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항하는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으로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는 것이 미중 간의 경쟁에서 중국의 편에 서는 것으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한국의 이번 결정에 그런 의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한 나라로서 아시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에 동참한다는 순수한 경제적 의미만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이며, 경제적 동반번영과 상생을 위해 이웃국가인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인 영국, 프랑스 등도 마찬가지 입장에서 이 기구 창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을 것입니다. 안보와 정치에 있어서 한미동맹의 건강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미국 또한 이러한 굳건한 동맹의 토대 위에서 각국이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를 논할 때면 언제나 아쉬움을 주는 것이 북한의 처지입니다. 북한은 역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한 국가 중의 하나로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설립되면 가장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체제가 다른 한국과 중국이 체제적 상이점을 넘어 역내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중에 북한이 여기에 함께하지 못하고 핵무기 개발을 고수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무척 자괴스러운 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이 하루 속히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탈바꿈하여 역내 인프라 건설과 동반번영에 동참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