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이 두려워하는 B-1B 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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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매번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강하게 비판해왔지만, 금년에는 색다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3월 15일부터 30일까지 미국은 괌에 배치된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를 5차례나 남조선 상공에 출격시켜 우리의 중요 대상물들을 불시에 타격하기 위한 핵폭탄 투하훈련에 광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3월 28, 29, 30일에는 B-1B 폭격기들이 남조선 상공에서 우리에 대한 야간 핵 선제타격 훈련까지 벌렸다”고 덧붙이면서 연합훈련을 위해 한반도에 전개된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 로스엔젤레스급 핵잠수함 콜롬버스함, F-35B 스텔스 전투기 등도 거론했고,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선제타격 망동에 미쳐 날뛴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파국의 후과는 전적으로 미제 호전광들이 지게 될 것”이라는 엄포도 잊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B-1B 등 미국의 전략무기들에 대해 왜 이토록 민감한 것일까요?

6.25 전쟁 개전 한달 반이 지난 1950년 8월초, 북한군은 한국의 90%를 점령한 상태에서 마지막 관문인 낙동강 전선을 돌파하기 위해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한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시기에 한국군과 유엔군은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8월 16일 유엔군 사령부는 일본 요코다와 가네다에서 98대의 B-29전략폭격기들을 출격시켜 왜관에 집결해 있던 북한군의 머리 위에 960톤의 폭탄을 퍼붓는 융단폭격을 가했습니다. 북한군 3사단과 15사단은 군사장비들과 탄약을 비롯한 각종 보급품이 파괴되고 유선이 절단되는 대혼란 속에서 궤멸되었고, 결국 낙동강 전선 돌파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6.25 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이런 아픈 기억을 가진 북한정권으로서는 미국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재 미 공군은 B-52, B-1, B-2 등 세 종류의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B-52는 1950년대에 개발되어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위세를 떨쳤고 1990년대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등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아직도 운용되는 최장수 전략폭격기입니다. 미국은 이 폭격기를 2040년대 중반까지 운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할아버지와 손자가 대를 이어 타는 폭격기가 된 셈입니다. B-2스피릿은 미국이 B-52를 대체할 새로운 스텔스 폭격기로 1982년부터 생산했지만, 대당 가격이 약 2조 원으로 무척 비싼데다 때 마침 구소련이 붕괴하여 동서냉전이 종식되자 수십 대만 생산한 후 더 이상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B-2는 1999년 코소보전쟁,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2011년 리비아 공습 등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이라크전쟁에서는 사담 후세인 세력을 제압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2011년 리비아에서는 카다피군을 격멸하기 위해 펼쳐진 다국적군의 ‘오딧세이 새벽’ 작전에서 8,300km를 날아 공습에 참가하는 초능력을 과시했습니다.

원래 B-1은 미국이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레이더를 피해 소련 영토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폭격기로 계획된 전략무기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고도로 고속비행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미국은 애초 240대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소련이 대응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었고 마침 오일쇼크가 일어나 생산가가 상승하면서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1977년 카터 행정부는 생산계획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은 소련의 레이더를 확실하게 피할 수 있는 스텔스 폭격기로 B-2 개발에 착수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B-1 계획이 완전히 포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강력한 미국의 재건’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취임하면서 미국은 노후화되는 B-52 폭격기를 대체하기 위한 B-1 생산 재개를 결정했고,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원래의 B-1보다 더욱 개량된 B-1B 랜서 폭격기를 개발하여 1984년 초도 비행에 성공하여 미 공군에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미 공군은 약 100기의 B-1b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생산된 B-1B는 오늘날 B-52의 두 배인 총 57톤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최대 폭장량을 가지며, 전장이 44.5m에 달하는 대형 폭격기임에도 최대속도 마하 1.25에 항속거리 12,000km를 자랑하며 부분적인 스텔스 기능으로 레이더피탐면적(RSC)는 B-52의 1/5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B-2는 스텔스 기능을 가진 대신 속도가 느린 폭격기이지만, B-1B는 대형 폭격이면서도 네 개의 제트 엔진을 장착하고 전투기의 속도와 민첩성 그리고 유연성을 가진 폭격기이며, 백조를 닮은 외형과 가공할 파괴력으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2016년초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잇단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자 미국은 8월 괌에 B-1B를 전개했고,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9월 21일에는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했었습니다. 미국은 2017년 2월에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본토에서 네 대의 B-1B를 괌에 재배치했는데, 이 폭격기들이 이번에 한반도에 전개된 것입니다. 괌에 배치된 B-1B폭격기들은 한반도 유사시 대당 24개의 B-61 핵폭탄을 탑재하고 두 시간만에 날아와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B-61핵폭탄은 현재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나토의 5개국에 200여 기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B-61 핵탄두는 히로시마 원폭의 20배가 조금 넘는 340킬로톤의 파괴력을 가진 전술핵으로서 공중에서 정밀유도 방식으로 발사되며, B-1이나 B-2폭격기는 물론 F-15, F-16등의 전투기에도 탑재가 가능합니다. B-61을 개조한 B-61-11은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 수십 미터 아래의 중요 시설을 파괴할 수 있으며, 목표물 반경 수십미터 이내에 정확하게 투하되는 스마트 핵폭탄이기도 합니다. 내년부터 한국공군에 인도되는 F-35 전투기에 탑재되어 운용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B-1B는 한반도 유사상태에 대비하는 미국의 전략폭격기이자 핵우산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무기입니다. 이 ‘죽음의 백조’는 1998년 이라크 공습작전인 ‘사막의 여우’ 작전에서 재급유 없이 대륙을 횡단하여 공격에 참가했고, 2015년에는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에도 참전했으며, 고해상도 영상(SAR) 레이더를 탑재하고 지상 60m 초저공 비행도 가능합니다. 북한이 B-1B 전략폭격기에 대해 민감해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