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란의 핵문제는 2013년 온건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이란과 서방 6개국 간의 7자회담이 재개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왔었고, 그해 11월에는 제네바에서 열린 제3차 7자회담에서 잠정합의가 도출되어 조만간 최종합의라는 옥동자의 탄생을 예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고, 2014년 11월 24일에는 최종합의 시한을 2015년 7월 1일까지로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거의 최종합의에 가까운 합의가 이루어져 6월 30일로 예정된 최종합의 서명만을 남겨놓은 것인데, 내용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란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상타결 소식에 이란 국민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이란은 36년간 각종 경제제재를 받아왔고, 이란이 석유매장량 세계 5위, 석유생산량 세계 4위의 에너지 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은 제약되었고 GDP도 감소했으며, 국민은 이란 화폐 리알화의 환율인상, 천정부지의 물가인상, 20%에 육박하는 실업률 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여 모든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의 석유수출은 다시 호황을 맞게 될 것이며, 경제사정도 급속히 개선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협상에서 이란은 기존의 1만9천개 원심분리기를 6,014개로 감축하기로 했고, 현재 보유 중인 농축우라늄을 농축도 3.67%의 저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아라크에 건설 중인 중수로도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할 수 없도록 재설계하기로 했고, 향후 10년간은 모든 농축활동을 포기하고 어떠한 핵분열 물질도 반입하지 않는 것으로 했으며, 과거 및 현재의 모든 핵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방국들은 6월 30일 최종합의안 서명과 함께 모든 제재를 해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복병은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합의가 여전히 이란의 핵능력을 남겨두는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으며, 미국내 강경파들도 이 합의로 이란이 핵무기를 영구히 포기할 것으로 믿는다면 순진한 것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경제가 살아나면 또 다시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파분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란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기만 또는 거부하는 상황이 오면 각종 제재들도 부활될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향후 이란의 태도를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란은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부셰르에 건설한 1,000MW급 가압경수로를 포함하여, 중수로, 우라늄광산, 우라늄 채광시설, 정련공장, 변환공장, 농축시설, 재처리 시설 등 방대한 핵관련 시설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영구히 핵무기 욕심을 버리고 이런 시설들을 순수한 평화용으로 투명하게 운용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7자회담의 합의가 이란 핵무기 개발을 일단 중단시킨 중대한 돌파구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며, 예상대로 6월 30일 최종 서명이 이루어진다면 이제 남는 것은 북한 핵문제 뿐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러한 시선을 의식하듯, 지난 1일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 관리는 미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 핵협상에 관심이 없으며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얼마나 더 현 기조를 고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국제적 고립과 남북간 긴장을 초래하여 주민을 척박한 경제환경 속에 버려두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이런 점들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면 하루 속히 핵무기를 버리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한다면, 그리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테헤란 시민들이 그랬듯 평양의 시민들도 경제발전을 기대하면서 크게 환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