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부쩍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북한은 지난 4월 23일 2,000톤급 신포급 잠수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다음날인 24일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에게 있어 잠수함발사 핵무기는 대단히 전략적이고 영악한 선택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첨예한 핵경쟁을 벌였던 냉전기간 동안 핵전쟁을 억제한 일등공신은 양국이 보유했던 핵추진 전략잠수함(SSBN)이었습니다. 잠수함은 쉽게 탐지되지 않으면서도 몰래 접근하여 은밀하게 핵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에 취약하지 않으며,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각도와 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기 때문에 방어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시 미국과 소련 양쪽이 이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건드리지 못하는 균형상태가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북한도 비슷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도 이런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면서 대등한 지위를 누리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습니다. 괌, 오키나와, 주일미군 등을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여론을 움직여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증원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속셈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한국이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과 미사일방어 체계를 회피 또는 무력화시키는 수단을 강구함으로써 대남 핵위협을 계속하겠다는 생각도 가진 것 같습니다.
이런 계산 하에 북한은 잠수함발사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잠수함 발사미사일은 수중을 통과하여 수면 위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콜드론칭(cold launching)과 핫론칭(hot launching)이라는 단계를 거쳐서 날아갑니다. 콜드론칭이란 캡슐에 담긴 미사일이 추진연료가 점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약을 폭발시켜 발생되는 압력의 의해 수직발사관에서 발사되어 물밖까지 나오는 과정을 말합니다. 물밖에 나오면 캡슐이 깨지고 자체 연료가 점화되면서 미사일은 스스로의 추진력에 의해 날아가는데 이 과정을 핫론칭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2015년 5월 8일에도 ‘북극성-1호’라고 표기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는데, 당시 모의탄으로 보이는 미사일은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물 밖으로 나와 200m 정도 비행하는데 그쳤습니다. 말하자면 콜드론칭만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2015년 11월 28일에도 비슷한 발사 장면을 공개하더니만 이번엔 미사일이 물 밖에서 점화되어 30km를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말하자면 북한은 콜드론칭과 핫론칭 모두를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신뢰할만한 잠수함발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발사된 미사일은 콜드론칭과 핫론칭을 거친 후 원하는 사거리를 비행하여 정확하게 목표물에 명중할 수 있어야 하고, 수직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잠수함의 크기가 일정수준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운용하는 신포급 잠수함은 러시아가 1958년부터 1990년까지 운용한 골프급 잠수함을 수입해서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자체 건조한 것으로 길이가 67m에 불과하고 크기가 작아 잠수함발사 미사일용으로 적합하지도 않는데도, 북한은 중앙부분에 1개만의 수직발사관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잠수함이라면 잠항력, 은밀성, 침투력, 작전반경 등에 있어 상당 수준이 되어야 하며, 그래서 현재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강대국들만이 잠수함발사 핵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 이들 나라들을 흉내내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세계는 북한이 이런 무기를 개발하는데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합니다. 북한은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이후 지금까지 무언가를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해 안달이 난듯 합니다. 북한은 2270호가 채택된 다음날인 3월 3일 신형 300mm 방사포를 발사한 것을 위시하여 스커드, 로동, 방사포 등을 끊임없이 시험 발사했고, 소형화‧표준화된 핵탄두 모형을 공개했으며, 장거리 미사일 재진입 기술의 완성과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이 직접 대미(對美) 선제 핵타격 태세의 완비를 선언하는가 하면, 김정은 제1비서가 미사일 제작소인 태성기계공장과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을 시찰하는 모습도 공개했습니다. 한국을 향해서는 더욱 위협적인 언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직접 나서서 ‘서울 해방작전’과 ‘청와대 타격’을 위협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막말과 욕설을 쏟아내는 등 노골적인 대남위협을 반복했습니다. 서울을 타깃으로 하는 포격훈련 모습도 공개했고,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수도권과 강원도를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은 무언가 능력을 과시하고 남쪽을 향해 위협적인 언행을 쏟아내는데 올인하고 있으며, 이번에 또 다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한 것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반드시 세계와 한미 양국의 대응을 촉발할 것입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 미사일 시험은 안보리 결의를 위배한 것으로 국제사회는 더욱 엄격하게 대북제재에 임할 것이며, 한미군은 북한 잠수함에 대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작전개념을 도입할 것입니다. 한국 해군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수직발사관을 탑재한 3천톤급 잠수함 6척을 전력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이 위협을 가중시킨다면 당연히 추가적인 대응책을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