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동안 북핵을 둘러싼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4월 위기론이 확산된 가운데 관련국들이 긴박한 움직임을 보인 한 달이었습니다. 4월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분수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선 중국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중국은 정상회담이 예정되자 2월과 3월에 걸쳐 중국 항구에 들어온 북한산 수출석탄을 반송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고, 4월 14일에는 중국국제항공(Air China) 이 베이징-평양 간 항공노선을 잠정 폐쇄했습니다. 이에 앞서 4월 7일에는 대만과 일본의 언론들이 15만 명의 중국군이 북중 접경지역에 집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4월 17일자 사평(社評)을 통해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한다면 대북 원유공급을 감축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더라도 38선만 넘지 않는다면 중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도 분주했습니다. 4월 19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밝히자 미 의회도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입법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재지정된다면 이란, 시리아 그리고 수단에 이어 북한이 4번째 테러지원국이 될 것입니다. 4월 2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틸러슨 국무장관, 메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최고위 안보라인을 모두 배석시킨 가운데 상원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새 대북정책을 발표했는데, 골자는 무력사용 불배재를 전제로 한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였습니다. 즉,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고 그래도 안되면 군사행동도 고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은 초당적 지지를 표명했으며, 같은 맥락에서 미군 수뇌부들도 대북 강경발안을 쏟아냈습니다. 헤리 헤리스 태평양사령관은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군사적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국제협력을 위한 움직임도 빈번했습니다. 4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아베 총리 및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협의한데 이어, 4월 25일 도쿄에서는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회동하여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저지르면 감내하기 못할 수준의 징벌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어서 4월 28일 뉴욕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유엔안보리 장관회의가 열려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 의지를 재천명했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움직임도 매우 분주했습니다. 중국은 제68주년 인민해방군 해군창건일인 4월 23일 자체기술로 건조한 항모 산둥호의 진수식을 가졌습니다. 이로서 중국은 러시아 항모를 개조하여 취항시킨 라오닝함에 이어 두 번째 항모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한미 공군은 4월 14일부터 2주 동안 ‘2017 맥스 선더(Max Thunder)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맥스 선더’는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훈련인데 한국 공군의 F-15K, FA-50, 항공통제기, 미 공군의 F-16 전투기, U-2 고공정찰기, 해병대의 수직이착륙기, 전자전기 등이 참가하여 유사시 북한내 전략타깃들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과 공중전투 능력을 점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4월 25일에는 미국의 핵잠수함 미시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미시건함은 미국이 보유한 최대 크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공격잠수함(SSBN)으로 배수량 17,000톤에 길이가 170m이며 154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최대 2,500km의 사거리를 가진 함대지 또는 잠대지 순항미사일로서 족집게 타격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4월 29일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합동훈련을 마친 칼빈슨 항모전단이 동해에 재진입하여 곧 바로 한국 해군과 합동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 훈련에 칼빈슨 항모전단에 속한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 호위함, 로스엔젤레스급 핵잠수함 등과 함께 한국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P-3 해상초계기, 링스헬기 등이 참가하여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하는 미사일 경보훈련(Link-Ex)을 실시했습니다.
물론, 북한도 분주한 군사적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칼빈슨함이 동해에 재진입하던 4월 29일 금년들어 여섯 번째로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북한은 금년 2월 12일 북극성2형 미사일을 발사했고, 3월 6일에는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여 이중 3발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져 일본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3월 22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했고, 4월 5일 신포에서 동해로 발사한 미사일은 60km만을 비행한 후 동해로 추락했습니다. 4월 16일 신포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발사 후 4-5초 만에 폭발했습니다. 4월 29일에는 평안남도 북창에서 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2분간 비행한 후 고도 71km에서 폭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이 북한이 미국의 항모를 견제하기 위해 스커드 미사일을 항모공격용으로 개조한 KN-17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4월 15일 105주년 태양절을 맞이하여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했고, 제85주년 인민군 창건기념일이었던 4월 25일에는 원산 해안에 3~400문의 각종 자주포와 방사포를 동원한 화력시범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 발사를 보류한 채 단거리 미사일 발사, 화력시범, 열병식 등을 통해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4월 동안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내외의 정치적·군사적 움직임은 매우 분주했고, 동해는 수십 척의 관련국 잠수함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미국이 경고한 금지선을 넘지 않음에 따라 일단 군사적 충돌은 모면했지만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5월이든 6월이든 위기는 재현될 수 있습니다. 4월은 핵보유 강성대국이 되겠다는 북한의 오기부림이 얼마나 심하게 세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는지를 역력히 보여준 한 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