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치·경제·군사적 강대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은 익히 알려진 일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는 러시아의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을 기념하는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러시아군의 열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열병식에는 2차대전때 함께 싸웠던 나라들의 군대도 매년 참가해왔는데 금년에는 중국이 이례적으로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파견하여 중러간 전우애를 과시했습니다.
금년에는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항의하여 서방국 정상들이 불참함에 따라 시진핑 주석은 최고의 귀빈으로 대우를 받았습니다. 행사 후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21조원 규모의 모스크바 고속철도 공동투자 등 32 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천연가스 공급을 위한 수백 조 원 규모의 파이프라인 건설과 관련한 양해각서에도 서명했습니다. 또한,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간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심화,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과 유라시아 경제연합 건설을 위한 협력 등에도 합의했습니다.
안보와 관련해서 두 나라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가 지구의 전략적 안정과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함으로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러간 전략적 제휴를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역사를 부인 왜곡하려고 시도하는 모든 음모에 반대하고 파시스트와 군국주의를 미화하고 해방자를 모독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라고 밝힘으로서 일본에 대한 증오감과 미일동맹에 대한 경계를 공유했습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4개섬과 댜오위다위 문제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취지를 담아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공산진영 국가이면서도 경쟁과 갈등의 역사를 공유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60년대와 70년대를 통해 심각한 이념분쟁을 겪었고, 70~80년대에는 국경분쟁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이 급부상하여 미국과의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부터 양국 간의 전략적 제휴는 두드러지게 강화되었으며, 러시아가 중국의 소비제에 의존하고 중국이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상호의존형 경제협력 구도가 이들 양 대국 간의 제휴를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중러 양국은 2001년 ‘상호우호 및 친선협력 조약’을 체결한데 이어 2004년에는 국경문제를 매듭지었고, 2009년에는 러시아 극동 및 시베리아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시켰으며, 2011년에는 우호친선조약 10주년을 맞이하여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양국 정상의 교환방문과 함께 기술협력, 투자, 금융교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변국들이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양국간 군사적 제휴입니다. 러시아가 첨단무기들을 중국에 제공하고 있는 중에 양국은 미국과 서방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공동대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합동 해군훈련을 크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2012년부터 ‘해상연합’이라는 명칭 하에 매년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2012년에는 서해상에서, 2013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대제만에서 그리고 2014년에는 핵추진 순양함 표트르대제함과 중국의 호위함들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초로 지중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습니다. 2014년 알렉산드르 파노푸 전 주한 러시아대사는 한국의 사드(THAAD) 미사일 배치에 반대한다고 발언하여 노골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한마디로 동북아의 안보질서는 요동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정치군사적 강대화, 중러 군사협력, 미일동맹 강화,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적 자위권 추구 등 거대한 흐름들이 동북아 안보질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한이 화해협력을 통해 평화의 촉진자, 또는 안정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잊을만하면 대남 무력위협을 반복하는 어지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어 유감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