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5.24조치 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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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은 2010년 한국정부가 5.24 조치를 취한지 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2010년 3월에는 한국의 해군함정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침몰되어 46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정부는 외국전문가들과 함께 공동조사를 벌였고, 마침내 북한이 발사한 어뢰의 잔해까지 건져냄으로써 이것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밝혀냈습니다. 5.24 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분의 대북제재 조치였습니다.

5.24 조치는 북한선박의 한국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한국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및 투자확대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로 인하여 모래, 농수산물 등 북한의 대남수출이 중단되고 임가공 수입이 차단되었으며, 개성공단 투자확대도 억제되었습니다.

한국해군의 작전수역에서의 북한 선박의 운항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요컨대, 5.24 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이 취한 최소한의 주권적 행동이었으며, 46명의 장병들이 희생된 이 사태에 대해 한국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나쳤다면 국가가 심각한 직무유기를 저지른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5.24 조치는 남과 북 모두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끼쳐왔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전문가들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 의하면, 5.24 조치 이후 3년간 북한은 22.6억 달러 그리고 한국은 89.1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는 직접피해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과 고용 유발 등 소멸된 간접효과를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욱 늘어납니다.

어쨌든 북한이 입은 직접피해는 주로 남북교역 중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 등에 따른 것으로 금강산 관광 수입 감소, 금강산 시설 임대료 및 인건비 수입 감소, 개성 관광수입 감소, 개성공단 인건비 손실, 남북교역 및 위탁가공 감소에 따른 현금 수입 차질, 선박 우회 운항에 따른 손실 등이 포함됩니다. 바꾸어 말해, 이 기간 동안 북한은 매년 전체 대외무역의 11% 또는 GDP의 2.5%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북한의 무역구조가 악화되었음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5.24 조치 이후 중국과의 무역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성공단 교류를 제외한 총 무역에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90%를 상회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중국 수출의 대부분이 철광석, 비철금속 등 지하자원이 차지합니다. 이는 북한이 중국에 지하자원을 수출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원유, 곡물, 중간재, 생필품 등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무역구조가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이 입은 손실은 GDP 대비 0.2%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해당 기업들은 남북교역 차질, 위탁가공 교역의 차질, 금강산관광 수입 감소, 금강산 투자 위축, 지역경제 위축, 장기 폐쇄에 따른 금강산 시설 노후화, 개성관광 수입 감소, 개성공단 사업 정체에 따른 생산 차질, 수출 차질 및 무역수지 악화, 개성공단 추가투자 중단, 원부자재 판매 차질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손실을 입어야 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내에서는 남북 모두에게 경제적 손실을 강요해온 5.24 조치를 해제하자는 목소리도 있었고, 반대로 북한이 먼저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자유민주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찬반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북한당국도 여러 번에 걸쳐 5.24 조치의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남북상생을 위해서는 5.24 조치는 조속히 해제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다는 북한이 무력도발을 포기하고 화해협력을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보다 항구적인 남북상생을 보장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정부는 당장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책임있는 선행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5.24 조치는 한국이 혼자 해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