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인도 총리의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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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회담을 마친 후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특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의 공동성명으로 한-인도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면서 앞으로도 양국관계를 차원 높게 격상시키고 그에 걸 맞는 호혜적 협력을 구체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는 “한국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굳건한 축”이라고 화답하고 한국이 인도의 제조업 육성 노력에 중요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정상 만남을 통해 한국과 인도는 지난 2010년에 발효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을 내년 상반기 중에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며, 한국은 인도의 인프라 사업 참여를 위한 1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약속했습니다.

한국과 인도는 1973년 수교한 이래 중요한 경제파트너로서의 협력을 지속해왔습니다. 수교 당시 양국간 교역은 1,4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250억 달러 규모로 늘었습니다. 현재 인도는 한국의 아홉 번째 수출대상국이자 17번째 수입대상국이고, 한국은 인도의 11번째 수입대상국이자 21번째 수출대상국입니다. 인도는 신도시 건설, 철도 건설, 고속철 건설 등 2천 5백억 달러 규모의 의욕적인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어 한국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며, 조선과 각종 제조업 및 첨단산업에서도 한국의 투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회담을 마친 다음날 모디 총리가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한 것도 인도가 발주할 LNG 운반선 건조에 한국이 협력해주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인도 간의 교역규모가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미만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향후 양국 간 경제협력이 늘어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인도 관계의 발전은 경제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매년 정상회담을 가지고 국방차관과 외교차관이 함께 참석하는 2+2회담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양국의 국가안보실이 정례적으로 협의를 가지고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도 합의했습니다. 한국에게 있어 부상하는 강대국 인도와의 안보국방 분야에서의 협력강화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도는 13억 명의 인구를 가진 세계 제2위의 인구 대국이자 일곱 번째로 큰 국토를 가진 나라이며, 세계 10위의 GDP 규모를 자랑합니다. 인도의 국방비 규모는 세계 7위이며,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이자 최대의 무기수입국이기도 합니다. 인도는 일찍부터 우주로켓을 개발한 우주강국으로서 1998년 핵실험 이래 중견 핵보유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왔으며, 항공모함 3척을 보유하고 스스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아시아의 해양강국이기도 합니다.

인도의 군사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은 2006년 미-인도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하여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비회원국인 인도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높아지는 군사적·정치적 국제위상으로 주요국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있는 인도이지만, 경제개발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원하여 한국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모디 총리는 한국에 오기 직전 인도에서 한국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8년전 구자라트 주지사로 일할 때 한국에 와서 한강의 기적을 보고 이를 벤치마킹하여 구자라트주를 흐르는 사발마티강을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발 빠른 외교행보를 보이면서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라는 별명에 걸맞게 세계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와의 관계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중에도, 한반도의 다른 반쪽인 북한은 여전히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핵무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인도에게 그랬듯 자신들의 핵보유도 인정하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인도는 북한과는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인도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포용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민주 국가이며, 서민계급 출신인 모디가 총리에 당선될 만큼 민주주의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게 시급한 것은 핵보유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배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