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국의 ICBM 요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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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미국이 대륙간탄도탄 즉, ICBM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이날 남태평양 마샬군도에 속한 카잘레인 환초(Kwajalein Atoll)에서 모형 ICBM이 발사되자, 태평양에 배치된 해상 X-band 레이더는 이를 즉시 포착하여 데이터들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로 전송했습니다. 이어서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Ground-based Interceptor)이 발사되었고, 미 본토를 향해 날던 ICBM은 하와이 부근의 우주상공에서 격추되었습니다. 음속 20배로 날아오는 ICBM을 음속 20배로 날아가는 미사일로 맞추어 떨어뜨린 것입니다.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것만큼 어려운 실험”에 성공한 것입니다. 미국이 ICBM 요격실험을 선보인 이유는 명백합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광분하면서 미국에 대해 핵공격 위협까지 가하고 있는 북한정권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나토(NATO) 등 동맹국들이 핵공격을 받으면 공격국에게 무자비한 응징을 가한다는 ‘핵우산’ 공약을 제공하고 있으며, 응징에는 첨단 재래무기와 함께 미국이 보유한 세계 최강의 핵군사력이 사용될 것입니다. 응징에 사용될 핵무기는 미 본토에서 적국을 타격할 수 있는 지상발사 ICBM, 바다속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SLBM, 공중에서 발사되는 ALBM등 수천 기의 핵미사일들이 있습니다. 지상발사 ICBM으로는 미니트맨 (Miniteman-III), 잠수함 발사 SLBM으로는 트라이던트 (Trident II-D5) 그리고 B-52, B-2 등의 전략폭격기와 F-22, F-35, F-15, F-16, Tornado 등의 전폭기들이 발사할 수 있는 공대지 정밀 핵미사일들이 대표적인 무기들입니다. 미국의 핵무기들은 0.3kt에서 500k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 목표물의 성격과 위치에 따라 맞춤형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에게 핵공격을 가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 같은 일탈국가들의 미국 자체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오랫동안 탄도미사일방어(BMD) 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우주와 공중, 지상 그리고 해상에 요격미사일을 배치하여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적국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입니다. 공중기반 요격체계로는 지구궤도를 선회하는 우주선 또는 항공기에 레일건이나 레이저빔 무기를 장착하여 적 미사일을 발사초기 또는 중간경로 과정에서 요격하는 체계가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미국은 이미 많은 연구를 축적하고 있으며,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항공기까지 개발했습니다. 물론, 아직 실전배치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상과 해상에 기반을 두는 요격체계는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알래스카의 포트 글릴리(Fort Greely) 와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36기의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를 배치하고 있는데, 2017년 말까지 44기로 늘릴 계획입니다. GBI는 유효고도가 2,000km이어서 대기권밖 높은 고도에서 적국의 ICBM을 요격할 수 있는데, 이번에 이 실험에 성공한 것입니다. 종말단계, 즉 적 미사일이 더욱 가깝게 근접했을 때 요격하는 무기로는 유효고도가 20Km인 PAC-2 및 PAC-3 미사일과 유효고도 150km인 사드(THAAD)가 있습니다. 해상에 배치된 요격무기로는 이지스 구축함에 배치된 SM-2, SM-3, SM-6 등이 있습니다. SM-3는 유효고도 250km로써 적 미사일이 하강하는 단계, 즉 종말단계의 상층부에서 요격하며, SM-6는 항모전단이나 함정을 파괴하기 위해 발사된 적 미사일들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함대공 요격미사일입니다. SM-2는 더욱 근접한 거리에서 공중위협으로부터 함정을 보호하는 방어무기입니다. 이번에 실시한 실험은 적 미사일을 중간경로 단계에서 지상발사 미사일로 요격하는 실험이었으며, 처음으로 ICBM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습니다. 성공 후 탄도미사일방어를 관장하는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의 짐 시링(Jim Syring) 국장은 "이번 실험은 미국이 미사일 위협을 막아낼 능력과 억제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탄도미사일 방어에 있어 엄청난 성과이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첨단과학의 개가였습니다. ICBM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지상, 공중, 그리고 우주에 배치된 조기경보 및 추적용 레이더가 작동해야 하고, 이 레이더들이 수집한 데이터들을 요격을 통제하는 (C2BMC Comm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 system) 체계로 전송함으로써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게 됩니다. 요격미사일은 자체에 부착된 각종 센서들을 이용하여 표적을 획득하며, 표적이 획득되면 EKV라고 불리는 충돌체가 추진로켓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와 적 미사일을 향해 돌진합니다. 이번 실험에서 이 모든 단계들이 완벽하게 수행된 것입니다. 이는 최첨단 기술로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1999년 이래 지금까지 도합 17차례에 걸쳐 중거리미사일을 대상으로 GBI 요격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2010년과 2013년에 충돌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거나 요격을 하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하다가 2014년에 성공을 거두면서 17번의 실험 중 아홉 번의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18번 째이자 첫 ICBM 요격 실험인 이번 실험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미 국방부는 이번의 성공을 기반으로 더욱 정교한 요격체계를 구축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이것이 북한이 잊을만하면 핵공격 위협을 가하는 미국의 핵실력입니다. 북한정권은 지금도 미국의 주요도시들을 파괴하겠다느니 백악관을 날려버리겠다느니 하는 협박을 가하고 있지만, 북한이 그런 모험을 감행한 이후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본다면 한 마디로 가소로운 허풍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