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광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6월 8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기존의 KN-01미사일을 개량한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들은 비행거리 200km를 기록했습니다. 이로서 북한은 금년들어 열 번째로 그리고 문재인 정부 취임 이래 네 번째로 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금년 들어 북한이 발사한 첫 미사일은 2월 12일 평안북도 방현에서 발사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었습니다. 3월 6일에는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스커드ER로 추정되는 네 발의 탄도미사일은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들은 고도 260km와 비행거리 1,000 km를 기록했습니다. 3월 2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발사 후 수초 만에 폭발함으로써 실패했습니다.
북한은 4월에도 5일과 16일 그리고 29일에 미사일을 쏘았는데, 16일과 29일의 발사시험은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곱 번째 발사는 5월 14일에 있었습니다. 평안북도 구성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되어 최고 고도 2,111km와 비행거리 787km를 기록한 뒤 동해로 추락했습니다. 발사 직후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호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현장에서 시험발사를 관람한 뒤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으며 미국이 섣불리 우리를 건드린다면 사상 최대의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여덟 번째 발사는 5월 21일에 있었는데, 2월 12일 발사된 북극성-2형과 유사한 550 km의 고도와 500km의 비행거리를 나타냈습니다. 5월 29일에는 아홉 번째로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여 450km의 비행거리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에 광기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치적·기술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우선,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로드맵에 따라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서둘러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광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가운데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공언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맞대응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칼빈슨함과 로날드 레이건함이 거느리는 두 개의 항모전단을 동해에 전개한 것이나 5월 30일 ICBM 요격 실험을 실시한 것을 대북 무력시위로 보고 자신들도 무력시위로 맞대응을 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6월 8일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 항모전단을 위협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새로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 도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매주마다 미사일을 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남북간 교류협력 재개를 희망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대북 국제제재 이탈, 대규모 지원 등을 압박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단·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한 중·저강도 도발을 반복하는 것은 미국이 대륙간탄도탄 발사를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사실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가지는 기술적 의미를 간과하지 않습니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액체연료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주류인 북한의 미사일들이 고체연료 미사일, 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 미사일, 지대함 미사일 등으로 다종화되고 있으며 미사일의 기동성, 정확도, 사정거리 등도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북극성-2형 미사일이 대량 배치되면 북한 미사일의 기동성이 크게 강화될 것이며, 5월 14일 발사된 화성-12호 미사일은 30~45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되었다면 최대 5,000km의 비행거리를 나타냈을 것으로 그리고 이 미사일의 엔진 여러 개를 묶어 하나의 미사일로 사용하면 미국의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습니다. 빈번한 발사는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고 재진입(re-entry) 기술을 완성하는데 직접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미사일 기술의 발전을 핵탄두의 경량화·다종화와 결합시켜 머지 않아 다양한 핵무기들을 실전 배치하겠다는 것이 평양정권의 목표일 것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광기에 대해 국제사회도 발 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일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결의 2356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는데,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아닌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대북 재제를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condemn in the strongest terms)”고 천명하고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재촉구했으며, 14명의 개인과 4개의 기관을 해외여행 금지 및 자산동결의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습니다. 이로써 2006년 이래 안보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채택한 결의는 도합 여덟 개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지금 북한은 세계를 상대로 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치킨 게임이란 두 사람이 마주보고 달리면서 겁먹은 사람이 먼저 비켜가기를 기다리는 일종의 ‘겁쟁이 게임’입니다. 우리는 이 치킨 게임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떻게 끝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구 2,500만 명에 일인당 소득 1,800달러로 세계 138위에 머무르고 있는 빈국 북한이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겁쟁이 게임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