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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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의 미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문 대통령 일행이 탑승한 대통령 전용기는 미국 시간으로 6월 28일 오후에 워싱턴 D.C.의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공군기지에서 환영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곧 바로 버지니아주 관티코에 있는 미 국립해병대박물관으로 가서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고 연설했으며, 저녁에는 한미 경제인들이 만나는 비즈니스라운드에서 연설하고 만찬을 나누었습니다. 29일 오전에는 미 하원 지도부 및 상원 지도부를 차례대로 만나 간담회를 가졌고, 오후에는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환영만찬에 참가했습니다. 6월 30일 오전에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함께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으며,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지고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30일 낮에는 펜스 부통령과 만찬을 했고, 저녁에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했으며, 7월 1일 낮에는 동포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는 7월 1일 오후 미국을 출발하여 한국시간으로 7월 2일 밤에 귀국함으로써 방미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정상회담의 성과는 공동성명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6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이 다룬 주 의제는 동맹, 북핵, 경제, 국제무대에서의 양국간 협력 등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동맹과 관련해서 양 정상은 동맹조약의 재확인,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재확인, 전작권 조기 환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 북한위협 억제를 위한 한국군 역량강화 및 연합방위력 강화, 외교·국방(2+2) 장관회의 및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정례화 등에 합의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고위급 협의를 통한 미래 지향적 동맹협력에도 뜻을 같이 했습니다. 미래 동맹비전과 관련해서도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전임정부들이 추진해온 동맹발전 방향을 계승했습니다.

북핵과 관련해서 양 정상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으며, ‘북한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압박’ 및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필요성에도 합의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라는 표현을 포함함으로써 남북대화와 남북협력의 재개를 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배려했습니다. 경제분야와 관련해서 공동성명은 사이버, 정보통신, 우주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에 합의하면서도 ‘공정한 무역 발전,’ ‘균형된 무역 증진’ 등을 강조했고, “철강 등 원자재 무역에 있어서의 공평한 경쟁조건을 증진하기로 했다”는 표현을 포함시킴으로써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도 일부 반영했습니다. 60년이 넘는 동맹의 역사와 양국간 교역 발전을 감안할 때, 교역 문제는 양국간 대화를 통해 충분히 조율해나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방미 행사들을 통해 문 대통령은 줄곧 동맹 강화를 강조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서 행한 문 대통령의 연설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함경남도 장진호 지역에서 벌어진 한미군과 중공군 사이의 전투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미 제1해병사단 1만 5천 명과 한국군 제7사단 3천 명은 중공군 7개 사단 12만 명의 포위공격을 받고 영하 30~40도의 혹한 속에서 격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수적 열세 속에 싸운 미군은 전사자 4,500명과 부상자 7,500명을 기록했습니다. 말 그대로 장진호 전투는 6.25 전쟁의 최대 격전이었고, 미군의 전사(戰史)에도 미군이 가장 힘들게 싸웠던 전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희생에 힘입어 한미군은 중공군의 남진(南進)을 2주일 간 지연시켰고, 그로 인해 역사적인 흥남 철수작전이 가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도 흥남 철수작전 때 마지막으로 흥남 부두를 떠난 빅토리호에 승선하여 거제도로 피난했고, 3년 후에 문 대통령을 낳았습니다. “장진호 전투의 희생이 없었다면 흥남 철수도 없었고 저의 삶도 시작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행한 이 연설은 생존 참전용사들을 포함한 모든 행사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문재인-트럼프 첫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비슷한 기간 동안 재임할 두 동맹국 정상 간의 상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지만, 그 보다는 혈맹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점과 북한이 핵 및 미사일의 고도화를 고집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큰 대응방향에 합의를 도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대한(對韓) 방위공약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고, 양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는 확고히 대응하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과 제재에 있어서도 공조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부응하여 문재인 대통령도 미 상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사드(THAAD) 배치 결정의 이행을 재확인하고 대북제재의 필요성도 대해서도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두고 싶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관련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라면 남북대화를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북한의 코트로 넘어간 것입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집하여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가혹한 제재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핵포기 의지를 천명하고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은 평양정권의 결정에 달린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