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AIIB 출범과 광역두만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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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베이징에서는 전 세계 57개국의 재무장관들이 모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협정문 서명식을 가졌습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이 창립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 기구가 창설되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함께 저개발국들을 돕는 또 하나의 국제금융기관이 될 것입니다.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한 57개국 중에는 중국, 한국, 러시아, 인도 등 아시아국가들과 쿠웨이트,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동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아시아권 이외 지역에서 참여한 국가도 호주, 브라질, 이집트, 영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핀란드 등 20개국에 달합니다.

아시다시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2013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공식 제안한 것으로서 역내 국가들에게 인프라구축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저개발 국가들을 돕고 아시아지역의 경제사회발전을 촉진하여 부를 창조하는 것으로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자본금 규모는 1,000억 달러로 세계은행의 2/3수준입니다.

자본금은 주도국인 중국이 30%를 출자하고 여타 참여국들이 나머지를 분담 출자하는 방식으로 확보하게 됩니다. 중국 다음으로 큰 지분을 가지는 나라는 인도 8.52%, 러시아 6.66%, 독일 4.57% 등이며, 한국은 3.81%로 다섯 번째로 큰 지분을 가지게 됩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사안에 따라 결정방식이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게 되는데, 예를 들어 총재 선출, 자본금 증액, 비회원국에 대한 지원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7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이는 30%의 투표권을 가진 중국이 반대하면 이런 사안들이 결정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중국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북한이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북한이 가입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북한 스스로의 문제점들로 인해 가입이 불발되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입니다. 북한은 국채를 외국에 팔았다가 갚지 않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선언된 적이 있고, 한국이 제공한 식량차관과 경공업 차관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며, 북한의 경제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표준화되지 않은 결제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하여 동참이 어려웠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75% 이상의 찬성에 의해 비회원국에 대해서도 지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프라 개발이 시급한 북한이 수혜국이 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후보사업들은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일 것입니다. 이 계획은 냉전종식과 함께 1991년 UNDP가 정부간 협력사업으로 지정하여 추진을 권고하여 남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등 5개국이 두만강을 중심으로 하는 소삼각형 지역과 대삼각형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두만강지역개발계획관리위원회(PMC)를 설치한 것에서 유래합니다.

이후 이 계획의 명칭은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으로 바뀌었고, 무역, 투자, 교통, 환경, 에너지, 관광 등 주요 예상 사업도 설정되었습니다. 이후 2005년에는 사업대상 지역을 더욱 확대하여 몽골, 한반도 등을 포함시키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으로 재탄생했지만, 역내의 정치군사적 복잡성과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등으로 인하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신 실크로드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이 한반도와 중국 및 시베리아 그리고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이니셔티브와 남북러 삼국간 에너지협력 구상을 밝히면서 북한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더욱 많아졌습니다.

북한이 두만강 지역 개발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임해주기만 한다면 북한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통해 외자를 유치하거나 두만강 지역의 개발을 위한 각종 지원을 요청하는데 있어 한국이 반대할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지역 평화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복잡한 동북아의 안보구도 속에서 여러 가지 억측과 우려를 낳으면서 탄생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지만, 이 기구의 창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