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4일 워싱턴에서는 제7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2009년 4월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합의함으로써 시작된 양국간 전략대화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정치군사적으로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동시에 매년 5천억 달러가 넘는 교역량을 기록하는 최대 경제파트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양국 간의 전략대화의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미중 전략대화는 매년 1회씩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번갈아 개최되면서 고위급 대화체로 자리매김을 해왔습니다.
이번 제7차 회의에서 미국 측에서는 제이콥 루 재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 등이 참석했으며, 중국 측에서는 류엔둥 부총리, 왕양 부총리, 양제츠 국무위원 등이 참석하여 경제와 안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양국간 무역, 국제금융체제 운영, 국제화폐 체제 등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중국 측은 중국시장을 확대하여 미국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중국의 번영을 환영하며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습니다. 양제츠 국무위원은 오는 9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방문이 상호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양국은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데 그쳤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들은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공감을 표시했고,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노력한다”는 데에도 합의했습니다. 이런 표현들을 통해 중국이 국제여론에 동조하여 북한의 병진정책을 비판하는데 동참하고 있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6자회담이나 한중간 대화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고, 한중 간 정상회담에서도 빠지지 않고 언급해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도 “조선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도 핵개발과 핵무기 배치를 강행하는 모습은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와는 다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한미 양국이나 국제사회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는 북한이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된다는 매우 당연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은 핵무기를 원하지 않지만 미국의 적대정책과 안보위협으로 인하여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가 이루어지고 미국이 한국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이나 여타 핵보호 장치들이 없어져야만 북한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자신들의 핵보유를 오히려 정당화하고 핵개발을 고수하는 명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조선반도 비핵화’인 것입니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에 반대하지만 이를 이유로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해서는 안 되며 미국이 전술핵을 재반입해서도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북한의 핵포기’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6자회담 지지, 유엔의 대북제재 동참 등 적당한 수준의 북핵 반대를 표명하면서 북한의 핵개발과 핵실험을 포기시키는 결정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방조하는 자세를 견지해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즐겨 사용하는 논리가 “북핵 해결은 반드시 평화적 외교적 방법이어야 한다” 또는 “중국도 주권국인 북한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가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제7차 미중 전략대화도 이를 재확인하는데 그치고 만 것입니다. 이 동상이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중국이 현실과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핵을 개발하는 나라는 북한뿐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된다는 것이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