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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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대표들이 만나면 통일덕담으로 첫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 평화통일 합시다” “그래야지요.” “함께 노력합시다.” 하지만 그것이 끝입니다. 더 이상 이어갈 통일얘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南)이 바라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입니다. 그러나, 북(北)은 ‘남조선 혁명’을 통해 한국을 ‘수령님을 떠받드는 주체사회’로 바꾸어 적화통일하는 것을 ‘평화통일’이라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 남과 북은 70년 동안 서로 다른 통일노래를 불러왔을 뿐입니다.

지난 7월 15일 마침내 통일준비위원회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힌지 5개월 만의 일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두루 망라한 것을 보더라도 모두를 아우르고자 하는 박 대통령의 고심이 듬뿍 배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이라면 이 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성원해야 하고, 섣부른 칭찬이나 비판보다는 상당기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통일준비위원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통일준비위원회가 기존의 통일관련 부처나 기구들과는 차별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국민적 바램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통일부가 있고, 통일연구원, 통일교육원, 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관련 NGO 등 다양한 기구와 조직들이 있습니다. 통일준비위는 이들 조직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수행함으로써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 견인차가 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과거의 실패한 사례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런 저런 이유로 생산성과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경우들이 없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모로 다른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래 미증유의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으며,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면서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종래의 호전적인 행동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든 정부나 이 기구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의지는 여느 때와는 다르며,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그런 기대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유념해야 할 또 한 가지는 구성원 모두가 통일정론에 대한 합의를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통일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헌법 제4조가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통일’만이 정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통일대박론도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입각한 통일을 전제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나는 분단기간 동안의 남북상생을 위해 평화로운 남북관계와 화해협력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를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가 필수이며, 때문에 북한의 안정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북한주민의 인권개선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에게 주어진 두 번째 과제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강해야 하고, ‘튼튼한 안보’는 통일의 초석입니다. 통일준비위는 이런 과제들을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통일준비위는 남과 북에 흩어진 모든 한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기구가 되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은 진정 남한만의 대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번영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특히 북한 주민에게는 압제로부터의 자유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래서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에 거는 기대는 여느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