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 7일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기선 제압을 위해 미 태평양 함대의 본거지인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 항모 경쟁을 벌이던 해군 강국이었습니다. 일본은 6척의 항공모함과 360여 대의 함재기로 90분 동안 기습공격을 감행했고 미군은 전투함 18척과 항공기 340대를 잃고 3천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미국은 이날의 상처를 딛고 해군력을 재건하여 2차대전 중 태평양에만 100여 척의 크고 작은 항공모함들을 운용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렇듯 해상 전투에서 항공기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항공모함은 바로 해상 항공력을 운용하는 플랫폼이며, 군사 강대국의 상징입니다.
지난 7월 22일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는 세계 최대의 핵추진 항공모함이자 미국의 11번째 항모인 제럴드 포드함(CVN-78)의 취역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주력 항모는 10만 톤의 니미츠(Nimitz)급 항모였습니다. 니미츠급만 해도 갑판 길이 333m에 축구장의 2.5배에 달하는 갑판면적을 가지며 높이는 68m로 25층짜리 아파트만큼 높습니다. 6,000명이 거주할 수 있고, 함내 방송국, 교회, 병원 등을 갖춘 바다 위의 도시입니다. 이 항모는 100KW급 A4W 원자로 2기를 장착하여 최대 30노트(56km)의 속도로 항행합니다.
니미츠 항모는 F/A-18E 슈퍼호넷,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MH-60R 시호크 헬기, MH-60S 나이트호크 헬기,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 등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며, 비행갑판 아래에는 격납고, 정비시설, 수리부속 창고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항모를 ‘떠다니는 군사요새’라고 부릅니다. 이번에 미국은 이 보다 더 크고 더욱 최신화된 포드급 항모를 취역시킨 것입니다. 포드함은 미 해군 역사상 가장 큰 함정으로 갑판길이가 337m로 축구장 세 개보다 더 길고 배수량은 10만 1,600톤입니다.
승조원 4,600명에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며 2018년부터는 F-35 스텔스 전투기도 탑재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항공기 발진장치인 ‘전자기식 캐터펄트(EMALS)’도 갖추었습니다. 이 장치는 자기부상열차의 레일처럼 강력한 전자기를 방출해 새총을 쏘듯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방식인데, 고압 증기를 이용하는 현재의 증기 캐터펄트보다 더욱 신속하게 항공기들을 이륙시킬 수 있습니다. 포드함에 장착된 최신 A1B 원자로 2기는 이 항모가 최대 25년 동안 연료공급 없이 태평양을 누비게 할 것입니다. 포드함은 2013년에 건조를 시작해 이날 취역한 것인데, 개발 및 건조에 들어간 비용은 430억 달러로 한국의 일년치 국방비보다 더 많습니다. 미국은 작년 8월부터 두 번째 포드급 항모인 존 케네디함(CVN-79)을 건조하고 있는데, 2020년쯤 취역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세 번째 포드급 항모인 엔터프라이즈함(CVN-80)의 건조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바다를 장악하는 자가 무역을 장악하고 부를 장악하며 결국은 세계를 지배한다." 이는16세기 영국 탐험가이자 문인 월터 랄레이 경이 한 말입니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바다를 지배하기 위한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는데, 최근 항모를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에는 20척의 항모가 있는데,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중국, 브라질, 태국 등이 보유국입니다.
이 경쟁에 일본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아직 정식 항모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1995년부터 헬기를 탑재하는 헬기호위함(DDH)과 수송함을 건조했으며, 2009년 취역한 휴우가급 호위함 2척은 197m의 길이에 배수량 1만8000톤으로 헬기 11대를 운용할 수 있는 경(輕)항모입니다. 2015년 취역한 이즈모급 핼기모함은 길이 245m에 배수량 2만7000톤으로 고열과 충격에 버틸 수 있는 비행갑판으로 바꾸면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2012년 첫 항모인 랴오닝(遼寧)함을 진수시켰는데, 이는 1988년 소련이 진수시킨 항모 ‘바랴그함’를 도입하여 재단장한 것입니다. 금년 4월에는 최초의 중국산 항모 ‘산둥(山東)함’을 진수시켰습니다. 산둥함은 길이 315m, 폭 75m, 만재톤수 7만 톤으로 랴오닝함보다 조금 더 크며, 40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북해, 동해, 남해함대에 각각 2척씩 6척의 항모를 보유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미국과의 항모 대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미국의 상대가 될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항모의 절반이 넘는 11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번에 취역한 포드급 항모 한 척이 보유한 파워가 다른 나라 항모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미국의 항모는 이지스 구축함, 핵추진 잠수함, 순양함 등과 함께 항모타격단(CSG)을 구성하여 활동하며, 이 군함들은 토마호크 미사일로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지형을 따라 저공 침투하여 목표물을 정확히 때릴 수 있는데, 최신형 토마호크 블록IV는 상공을 선회하는 로이터링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대기하다가 원하는 목표를 타격할 수 있습니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항모전단이 원하면 언제든 핵무기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냉전시절 미국의 항모타격단은 핵무기를 운용했지만, 1993년 이후 핵을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원하기만 하면 토마호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거나 함상전투기에 B61 핵폭탄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용으로 개발된 최신형 B61-12 핵폭탄은 적군의 지하지휘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로 언제든 함상 전투기에 장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