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사드 배치와 북한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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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한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의 배치 방침을 확정 발표한 뒤 북한이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다음날인 7월 9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것이었습니다. 7월 11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 포병국이 중대경고를 발표했는데 “사드 배치 장소가 확정되는 시각부터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는 협박이었습니다. 같은 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은 “남조선을 강점하고 있는 미제 침략군을 1차 타격대상으로 삼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7월 13일 한국 국방부가 사드 배치지역을 성주로 확정 발표한 다음날인 7월 14일에는 조평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는데 내용은 더욱 강도 높은 비난이었습니다. 조평통은 “남조선의 사드 배치는 공화국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천추에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로서 혹독하고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승냥이의 손을 빌어 민족의 귀중한 자산인 동족의 핵보검을 없애 보겠다는 극악무도한 대결 망동” “70년 이상이나 남조선을 불법 강점하고 있는 미제 침략자들에게 영구 강점의 기회를 제공하고 민족분열을 더욱 지속시키는 특등 매국범죄” 등의 막말도 내뱉었습니다.

세계가 반대하는 핵무기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위협해온 것이 평양정권인데, 바로 그 정권이 한국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요격미사일인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참으로 파렴치한 적반하장(賊反荷杖)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조평통은 “사드 배치가 한반도를 강대국의 대결장으로 만들고 겨레의 문명을 외세의 손에 내맡기는 만행”이라며 “사드를 겨냥한 국적불명의 핵타격 수단이 날아들지 않는다는 담보는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조선이 당해야 한다”고 협박했는데, 이러한 발언에는 피해를 우려하여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성주 군민들을 자극하여 한국사회의 남남갈등을 촉발하는 심리전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어서 7월 19일에는 스커드와 로동으로 추정되는 세 기의 미사일을 황해북도 황주 지역에서 발사했는데, 20일 조선중앙TV는 “미제의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의 항구와 비행장들을 목표로 한 타격 훈련”이라고 발표하면서 부산과 울산 지역을 탄착지점으로 표시한 지도를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4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고 매년 수십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를 금지하기 위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가 여섯 차례의 대북결의를 채택하고 전 세계가 북한을 제재하고 있는 중에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온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대남 및 대미 핵타격 위협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미 본토도 타격할 수 있다” “청와대를 초토화시키겠다,” “서울에 불벼락을 내리겠다” 등의 협박을 일삼았고 서울을 타깃으로 하는 포병타격 훈련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2016년에만도 7월말 현재까지 16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지난 6월 22일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00~4,000에 이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지만 북한은 고도가 1,400km에 이르는 고각으로 발사하여 400km만을 비행하도록 발사했습니다. 이는 중거리탄도미사일로도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 한 것입니다. 7월 19일에 발사된 로동미사일도 사정거리가 1,300km정도이지만 600km만 비행하도록 하여 로동미사일로도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 한 것이며, 실제로도 울산과 부산 지역에 대한 타격연습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한국의 방어망을 우회하여 배후에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며 동시에 오키나와, 괌 등지에 있는 미군 기지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협상에서 대응한 지위를 얻고자 함일 것입니다.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이 적반하장의 주장을 반복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핵무력 고도화에 승부를 걸고 있는 평양정권으로서는 추가 핵실험 및 투발수단의 시험발사를 위한 명분을 만들고 싶어 하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핵무력 개발에 광분하는 것에 대한 내부 반발도 무마해야 할 입장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공격용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어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정당하고 한국이 거기에 대한 방어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대죄라고 주장하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핵을 포기하고 상생과 공영의 길로 나아갈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