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이란 핵문제 완전 타결

0:00 / 0:00

이란 핵문제가 완전 타결되었습니다. 이란의 핵개발 역사는 과거 팔레비 왕정 시절부터 시작되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동안 재 부상했다가 1979년 이란 혁명을 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2002년 이란저항국민협의회(NCRI)라는 반정부 단체가 혁명정부가 핵무기 제조를 시도하고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또 다시 커다란 국제문제로 부상했습니다.

2003년부터 국제사회와 이란 간에 지루한 핵 협상이 지속되었습니다. 초기의 협상은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듯 했지만, 2005년 반미·반서방 성향이 강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왔으며, 2006년 이후부터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유엔도 이란에 대해 석유금수, 금융차단 등 강력한 경제제재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국제사회는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그리고 당사국인 이란 등 7개 나라의 대화체인 P-7 체제를 통해 협상을 이어왔는데 2013년 온건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화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잠정합의안이 발표되었고, 결국 지난 7월 14일 이란이 최종합의안에 서명함으로써 완전타결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이 합의를 통해 이란은 2003년 이전을 포함한 모든 핵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사찰을 수용하고 군사적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 이란 핵과학자들과의 면담조사 등 침투적 사찰(intrusive inspection)도 받아 들이기로 했습니다. 이란이 보유 또는 건설 중인 원전, 우라늄광산, 채광시설, 정련공장, 변환공장, 농축시설, 연구시설 등 모든 핵시설들이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하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란은 19,000여 개에 달하는 원심분리기를 6,100개 이하로 줄여야 하고, 나탄즈에 있는 농축시설은 운용할 수 있지만 우라늄 농축도는 3.67%를 넘지 않아야 하고 농축우라늄의 재고도 향후 15년간 300kg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핵무기가 아닌 경수로 원전의 핵연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준의 농축은 허용을 받은 것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금년 12월 15일까지 일차 사찰결과를 내놓게 되며, 하자가 없다면 2016년초부터 이란에 대해 가해졌던 경제제재는 전면 해제될 것입니다. 유엔의 무기금수조치는 5년간 지속하기로 했고, 8년간 탄도미사일 보유 금지조치도 지속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아직 후속절차들이 남아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해야 하고, 미국 의회가 최종합의에 동의해야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우려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이란의 모든 핵활동을 전면 금지하기를 원했던 이스라엘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처럼 국제사회를 기만하면서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란이 성실히 합의를 이행하여 이런 우려들이 말끔하게 불식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의 타결로 국제사회는 세 가지 큰 고민거리를 덜어내게 되었습니다. 첫째, 이란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핵무기비확산조약, 즉 NPT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둘째, 시아파 이슬람 국가의 대표격인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수니파 국가의 대표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극하게 되고 이것이 이집트를 자극하여 이스라엘이 보다 공개적으로 핵보유를 선언하는 식의 핵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동의 안보지도가 바뀌는 중대한 사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셋째, 국제사회는 1981년 공군기를 동원하여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전을 파괴했던 이스라엘이 이번에도 선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란 핵문제가 중동에 새로운 전운(戰雲)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을 했던 것입니다. 이런 우려들이 말끔히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이란 핵문제의 타결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핵 문제입니다만 이번 타결은 북한에게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소중한 사례입니다. 즉, 일정 수준의 평화적 핵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이란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경제제재가 풀리면 석유매장량 세계 5위의 산유국에다 한때 세계 4위의 석유생산량을 자랑했던 이란의 경제는 급속히 회복될 것입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