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베를린서 울려 퍼진 통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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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음악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하나통일원정대’라는 이름을 가진 탈북청년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한국의 통일노래들을 불렀습니다. 합창단은 탈북청년 22명과 한국음악가 6명 그리고 하나은행 직원 8명으로 구성되었고 지휘는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지휘자 이강민씨가 맡았는데, 이날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을 위시한 추억의 노래들을 불렀습니다. 1945년부터 1990년까지 45년 동안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독일 사람들은 이방인들의 노래를 경청하면서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때를 회상했습니다.

탈북청년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통일노래를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4년에도 가수 이승철씨가 이끄는 탈북청년합창단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통일된 나라'라는 주제로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위드-유'(With-U)라는 이름의 통일합창단은 9월 28일 보스턴음대와 버클리음대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함께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의 메모리얼 처치(Memorial Church)에서 통일노래 '그날에'를 영어로 합창하고 '홀로 아리랑'을 불러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었습니다. 1,000석 규모의 공연장은 하버드대 학생, 현지 교포, 유학생, 지역 주민 등으로 가득 채워졌으며, 주요 외신기자들과 특파원들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승철은 관객들에게 북한에서 넘어와 한국에서 훌륭하게 성장한 청년들을 보면서 한반도 통일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통일합창단의 공연은 2015년에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2015년 8월 14~15일 휴전선 인근의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통일음악회를 열고 사진전을 개최했습니다. 타악그룹의 스페셜 퍼포먼스가 선을 보였고, 인기 가수들이 나와 “통일 노래 노랫말 공모전”에서 선정된 가사로 작곡한 통일노래들을 불렀습니다. 최고 인기의 K-POP가수인 소녀시대, 비스트, 인피니트, 빅스, 에이핑크 등도 참여했는데, 이들이 ‘눈물 젖은 두만강’, ‘굳세어라 금순아’,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오 필승 코리아’ 등 전 세대가 공감하는 곡들을 메들리로 부르자 행사에 참석한 부모와 자녀들도 함께 따라 부르는 등 공연장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렇듯 탈북청년들은 어제도 오늘도 통일노래를 부르고 있으며 내일도 부를 것입니다. 이들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쏟곤 합니다.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를 때에도 이들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고, 몇몇 단원들은 결국 오열했습니다. 어떤 단원은 황해도에 남기고 온 두 동생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어떤 단원은 회령에 두고 온 아버지를 그리면서 오열했으며, 다른 단원은 "회령 시골집 옆에서 졸졸 흐르던 시냇물 소리를 다시 듣는 것이 소원”이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합창단장 김영호씨는 마이크를 잡고 청중에게 외쳤습니다. "저희에게 통일이란 고향 가는 날입니다." 이 말은 즉석에서 독일어와 영어로 각각 통역되었고, 경청하던 독일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합창단은 어깨춤을 추면서 '홀로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두 손을 모으고 공연을 지켜보던 이탈리아인 관광객, 벨기에 방문객 등 제3국 사람들도 공감하면서 함께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한반도의 분단상태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습니다.

광장에는 유럽으로 건너 온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탈북의 아픔을 가진 한국의 청년들이 이곳까지 와서 당당히 노래 부르는 모습에 감동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합창단은 다음날 베를린 시내 하일란트교회에서 독일 교포와 시민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쳤고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로 파견되었다가 현지에 살고 있는 한인들과 만나 '통일 한마당'이라는 주제로 축제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8천 만이 하나되는 날까지 이들의 노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