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7월 15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된 제11차 ASEM, 즉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아시아 국가와 유럽국가들의 정상들이 만나는 ASEM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유럽 15개 등 27개 회원국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매2년마다 개최되고 있습니다. ASEM 일정을 마친 박 대통령은 이어서 17일과 18일에는 몽골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지난 5월 엘백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데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교환 방문은 양국 간의 협력관계를 한층 더 증진시키는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몽골은 1921년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하여 70여 년을 소련에 의존하여 살아온 나라였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시장경제 국가로 전환한 나라입니다. 즉, 1990~1991년 동유럽과 소련을 휩쓴 개혁 물결에 동참하여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인 나라인데, 엘백도르지 대통령은 이러한 민주화 과정을 주도했던 지도자로서 오늘날 ‘몽골 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소련연방이 해체되고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러시아가 탄생한 직후 몽골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소련이 제공하던 원조가 갑자기 끊기면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변혁을 맞이한 몽골은 경제적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풍부한 광물자원과 고학력의 인적자원을 가진 나라였지만 변혁의 기간 동안 개인소득은 1,800달러에서 450달러로 격감했고, 극심한 생필품 부족에 시달렸으며, 의무교육이 축소되어 학생의 숫자도 격감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몽골인들은 이 때를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회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몽골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몽골은 1992년 신민주헌법을 채택하여 민주공화제로 전환하고 다당제를 받아들였으며,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국호도 몽골인민공화국에서 몽골국으로 개칭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몽골은 국회와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대통령제 민주국가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몽골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경제발전을 거듭하여 이제 개인소득 4,200달러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몽골은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 속하지만 미래의 경제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한반도의 일곱 배가 넘는 160만 ㎢ 의 광활한 국토에 풍부한 지하자원과 방대한 목축업 기반을 가지고 시장경제를 착실히 배워가고 있는 몽골은 이제 더 이상 양털 텐트에서 화살이나 다듬는 유목민들만이 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300만 명의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데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불타는 향학열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각종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몽골은 영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하고 국제사회에 적극 동참하는 개방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한국과 몽골 간의 거리도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015년 양국 간 교역액은 2억 9,200만 달러였는데, 1990년 수교 당시보다 108배나 늘어난 것입니다. 또한 몽골은 한국이 제공하는 원조의 최대 수혜국 중의 하나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몽골에 각종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제공해왔는데, 유상원조는 화력발전소 건설, 통신망 확충, 울란바트로 교통망 구축, 긴급구난정보망 구축, 국립의료원 건립 등에 사용되었으며, 무상원조는 냉동창고 건립, 농산물 검사연구소 건립, 피부진균센터 건립, 장기이식센터 건립, 식수 개발, 외교문서 DB 구축, 대기오염 감축 난방장치 개발, 가축질병 검진센터 건립 등 다양한 용도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약 3천억 원을 지원했는데 대부분이 무상지원이었습니다. 2000년 한국에서 공부하는 몽골 유학생은 83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400명의 몽골 학생들이 한국에 유학하고 있습니다. 50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현재 약 3만 명의 몽골인들이 한국에 살고 있고, 이들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에 종사하면서 몽골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는 더욱 증진될 것입니다. 몽골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자유무역지대를 위한 공동연구에 합의했고,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의 천연자원을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하는 문제도 깊이 논의했으며, 몽골의 인프라 시장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데에도 합의했습니다.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열병합발전소 건설, 의료기술 협력 등을 위한 16건의 양해각서도 체결되었습니다. 서울과 울란바토르의 거리는 2,000km 이지만 앞으로 이 거리는 더욱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