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교황의 한국방문

0:00 / 0:00

지난 주 대한민국은 매우 귀한 손님을 맞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하신 것입니다. 교황님은 8월14일 서울공항으로 입국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주요 공직자들 예방했으며, 한국 주교단과 면담했습니다. 15일에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셨으며, 이어서 충청도 솔뫼 성지를 방문했습니다. 16이에는 서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참배하고 이어서 광화문에서 50만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순교자 124명에 대한 시복미사를 집전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4,000여 명의 노숙자와 장애인들이 수용되어 있는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꽃동네를 방문했습니다. 17일에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했습니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한국의 7대 종파 지도자들을 면담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셨으며, 이어서 서울공항으로 이동하여 귀국길에 오르셨습니다. 78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교황께서는 참으로 숨가쁜 일정들을 계획대로 소화하신 후 많은 축복의 메시지를 이 땅에 남기고 떠나가셨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정부는 교황님을 극진하게 모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바티칸으로 불리는 조그마한 나라의 지도자입니다. 바티칸은 0.44평방 km에 지나지 않는 손바닥만한 도시국가로 로마시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안에는 성 베드로 성당을 위시한 몇 개의 건물들이 있고 거주하는 인구라고 해봐야 성직자와 수도자 900여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도시국가의 지도자인 교황이 전 세계로부터 환영 받는 이유는 한국의 400만 명을 포함한 전 세계 12억 가톨릭을 인도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황의 진정한 권위는 성경으로부터 유래된다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2,000여 년 전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를 수제자로 삼으시고 그에게 전 세계에 그리스도 신앙을 전파하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셨습니다. 이후 그리스도 신앙은 온갖 박해 속에서도 전 세계로 전파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베드로 사제가 제1대 교황이며, 이번에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66대입니다. 한국은 1984년과 1989년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교황을 맞이함으로써 25년 만에 세번 씩이나 교황의 방문을 받는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취임 이후부터 가난한 자들과 소외 받는 자들을 외면하는 천주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해왔지만, 이번 방한 중에도 이를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고급호텔에서 지내기를 거부하고 바티칸 대사관저에서 지내셨고 고급승용차 타기를 마다하시고 소형 자동차를 이용하셨으며,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과 세월호 사건 유가족들을 위로하는데 열성을 다하셨으며, 직접 꽃동네에 가셔서 버림받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마지막 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통해 남북한에 흩어진 이 민족에게 진실로 의미 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교황님은 한국을 “하느님께서 특별히 사랑하시는 나라”라고 칭하면서 간절한 기도를 통해 한민족이 60년 이상 겪고 있는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키자고 호소하셨습니다. 교황님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민족은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이며 하나의 민족이므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분열의 간격을 메우고 상처를 치유하여 형제적 사랑을 회복하라고 호소하셨습니다. 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한 간절한 기도로 한국방문을 마무리하신 것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가톨릭 신앙에 관한 한 한반도는 특별한 곳입니다. 이 땅에 전파된 천주교는 18세기와 19세기를 통해 모진 박해를 당해야 했습니다. 당시 조정은 천주교가 왕정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면서 신자들을 박해했고, 저 악명높은 신해박해(1971),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 병인박해(1966) 등을 통해 수천 명의 신자들을 참수형과 능지처참형에 처했습니다. 많은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산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이번에 교황님께서 방문하신 솔뫼 성지와 서소문 성지는 바로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죽임을 당한 사형장이었습니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는 20세기에도 이어졌습니다. 1950년 6.25 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북한에서도 같은 일이 벌이진 것입니다. 많은 사제들과 성직자들이 납치, 고문, 총살, 옥사 등 각가지 형태의 죽임을 당해야 했습니다. 이번에 복자로 명명된 124명도 이런 박해 속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순교자들입니다. 이 땅의 천주교는 이런 박해를 이겨내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교황님들이 순교혈(殉敎血)이 낭자했던 한국을 자주 찾으시는 것은 당연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반도를 특별한 땅으로 칭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우리는 이 땅의 화해와 통일을 향한 교황님의 목멘 기도가 온 한반도에 울려 퍼지기를 기원합니다. 남과 북 어디서든 원하는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자유의 시대가 만개하기를 손꼽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