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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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세계를 향한 북한의 핵외교가 분주해지는 느낌입니다. 현재 북한은 배준호라는 한국계 미국인, 매튜 토트 밀러, 그리고 제프리 에드워드 등 3명의 미국인을 억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선교활동 또는 기타 북한이 금지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교화형을 받고 복역 중이거나 재판에 회부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9월 1일 미국의 CNN방송에게 이들과의 인터뷰를 허용했습니다. CNN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인터뷰 동영상에는 세 사람이 한결같이 미국이 전직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를 북한에 보내서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지고 있으니 하루 속히 평양으로 와서 자신들을 구해달라는 절박한 호소였습니다. 이는 당연히 미국을 향한 북한당국의 대화 제의이며, 궁극적으로는 핵외교의 일환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편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해왔는데, 여기에 대해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성의를 먼저 보이라고 요구하면서 대화를 거부해왔습니다. 이는 대화는 대화대로 하면서 핵개발은 핵개발대로 지속하는 소위 이중전략이라는 것에 더 이상 농락당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이렇듯 인질들을 이용하면서까지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핵보유를 인정받는 조건으로 대미관계를 개선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제사회는 6자회담을 북핵포기를 위한 협상장으로 보고 싶어하지만, 북한에게 있어서는 어떻게든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받고자 하는 북한의 핵외교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가 좋을 리는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다섯 개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고 있어 중국을 빼고 나면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는 처지입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이란의 경우를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란은 굴지의 산유국이지만 핵개발을 고집하여 유엔의 제재를 받으면서 매년 수십 퍼센트씩 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가 매우 어려운 처지입니다. 산유국도 아닌 북한에게는 더욱 힘든 시련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외교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리수용 외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여서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 때문이라면서 핵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9월에 들어서면서 강석주 부총리가 당대당 교류라는 목적을 가지고 유럽 순방을 떠난 것으로 열려지고 있으며, 24일에는 리수용 외상이 유엔 연설을 위해 뉴욕에 갈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서먹해지면서 러시아 측 고위인사들의 방북이 잦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약속하면서까지 일본 아베 정권의 환심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또한 핵외교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핵무력 건설과 경제건설을 동시에 이룩하겠다”라는 병진정책을 천명하고 있는데, 바깥세상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즉, 어떻게든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받는다는 전제 하에 미국, 일본, 유엔 등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에 가해지고 있는 경제외교적 제재를 풀어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적어도 북핵 문제를 관찰해온 전문가들의 눈에는 최근 북한이 보이는 일련의 외교활동이 결국은 핵보유 관철이라는 목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답답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핵보유를 전제로 하는 북한의 외교에 화답할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유럽에서 북한노동당과 당대당 교류를 할 나라는 거의 없으며, 실제로 유럽에는 사회주의정부나 사회주의 정당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고 핵실험을 계속한다면 전통적 우방인 중국도 북한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한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중에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찾지 않았으며,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은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의 국빈방중, 같은 해 10월 APEC 정상회의, 그리고 2014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 이어 네번째입니다. 북한당국은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에 북한이 발상을 바꾸어 핵무기를 내려놓는다고 가정해보면, 애기는 완연히 달리질 것입니다. 북한 앞에는 훨씬 더 희망찬 그림이 펼쳐질 것입니다. 유엔은 제재를 풀 것이고 미국과 일본도 당연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중국 역시 금융제재를 풀고 중-북관계 회복에 나설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외화수입이 늘어나게 되고 주민의 생활도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다양한 대북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경우 차원이 다른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을 약속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적대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북한은 한미동맹과 한미 군사연습을 북침용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북한이 6.25 전쟁을 도발하고 긴장을 조성해왔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물입니다. 북한이 국제규범을 지키고 인권을 중시하는 평화로운 비핵국가라면 미국을 위시한 그 어떤 국가도 적대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핵무기가 스스로에게 어떤 득실을 주고 있는지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