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9월 19일 개막되었습니다. 각국에서 온 13,000여 명의 선수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35개 종목에서 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은 2차대전 전에 개최되었던 극동선수권대회와 서남아시아 대회를 통합한 것입니다. 2차대전이 끝나면서 아시아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게 되었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시아 국가들 간 평화와 우호증진을 위해 새로운 스포츠 축제를 창설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제1회 아시안게임은 11개 국가가 참가한 가운데 1950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대회를 거듭하면서 회원국 숫자도 늘어났습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는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참가함에 따라 회원국은 45개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정치군사적 갈등으로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시에는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 참가를 반대하여 결국 이스라엘의 참가가 좌절되었고, 중국과 대만 간의 대립으로 양국 모두가 불참했습니다. 1966년 방콕에서 개최된 제5차 대회에서는 이스라엘과 대만이 참가신청을 하자 아랍국가들이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1974년 대회를 끝으로 더 이상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랍국들의 주도로 이스라엘은 아시아경기연맹에서 축출되어 유럽올림픽 위원회로 이전했고, 결국 아시안게임 참가 자격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1978년 제8회 대회도 애초에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인도와 방글라데시 간의 대립사태로 방콕으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1986년 제10회 대회를 서울에서 그리고 2002년 제14회 대회를 부산에서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 인천 대회는 세 번째 개최입니다. 이렇듯 아시안게임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모든 아시아인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화해를 상징하는 스포츠 축제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제17회 아시안게임의 개막에 즈음하여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은 이러한 스포츠 축제가 한반도의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동서독은 1960년대 장벽이 건설되면서 양쪽간의 교류와 왕래가 차단되었지만,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펼친 Ostpolitik, 즉 동방정책이 결실을 맺음에 따라 양독 간의 교류가 시작되었고, 서독의 이러한 정책기조는 이후 정부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되었습니다. 양독은 문화유산 지키기, 스포츠, 청소년, 언론방송, 종교 등 정치군사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의 교류부터 시작하였고, 1986년 양독간 문화협정이 체결되면서 교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이 교류협력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동독국민이었으며, 한국 국민은 양독 간의 교류협력의 역사를 부럽게 바라보면서 언젠가 북한주민들도 단절과 고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류협력의 수혜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연설에서 아흐마드 알 파하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은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경쟁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은 “일찍이 문명의 새벽을 알렸던 유구한 역사의 땅 아시아가 이제 또 다시 세계의 심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면서 “이번 대회는 일부 국가들만의 위한 잔치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즐기고 공감하는 환호의 마당”이라고 선언하여 수만 관중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대륙입니다. 각양각색의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들 그리고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는 땅입니다. 알사바 회장의 말대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경쟁하기만 한다면 아시아 대륙은 평화를 구가하게 될 것입니다. 하물며, 같은 피를 나눈 남북한이 이를 실천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금년 3월 28일 독일통일의 상징지역인 드레스덴에서 인도적 지원,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한 동질성 회복 등 3대 대북제안을 했습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북한 영유아 및 산모에 대한 영양 지원,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제시했으며, 민생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북한지역 농업 개발, 축산 및 산림의 개발, 교통과 통신을 포함한 인프라 건설 투자 등을 제안했습니다. 동질성 회복과 관련해서는 공동 역사 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교류, 스포츠 교류 등을 제안했습니다. 모두가 정치군사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들이기 때문에 북한당국이 결심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진지한 협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남북이 협력하기로 결심만 한다면 비무장지대(DMZ)에 평화공원도 만들 수 있고 DMZ를 관통하는 유라시아 철도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아가 세계의 심장이라면, 한반도는 아시아의 심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