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9월의 핵외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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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은 참으로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을 금지한 네 개의 유엔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유엔의 권능을 우롱한 것이기도 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도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8월말에서 9월초까지 두만강 일대를 강타한 태풍 제10호로 말미암아 5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16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주민을 돌보는 일을 제쳐 두고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세계가 반대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부족하여 9월 20일에는 장거리 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을 실시하는 등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며, 북한이 이에 맞대응을 하면서 남북간에는 설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엔을 위시한 국제외교 무대에서 뜨거운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9월 12일 한국의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공격을 가해오는 경우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3축 체제를 작동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발사대를 떠나기 전에 자위적 선제공격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및 미사일 운용체계를 타격하고 발사대를 떠난 미사일에 대해서는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망으로 요격·파괴하며, 이와 함께 정밀 타격수단들과 특수부대 작전을 통해 핵도발을 지휘한 북한의 지도부를 제거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동맹국인 미국은 9월 13일과 21일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했습니다. B-1B 랜서는 음속 1.25의 속도, 12,000km의 항속거리, 216톤의 이륙중량 등을 가진 대형 전략폭격기로서 최대 56톤의 폭탄을 실을 수 있는데 이는 ‘하늘의 요새’로 불리는 B-52 전략폭격기 무기탑재량의 두 배에 달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자 2016년 8월에 B-1B 편대를 괌 기지로 전진 배치했는데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두 시간 만에 한반도로 날아와 핵무기와 초정밀 유도무기들을 투하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9월 21일에는 한국의 국회가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하는 동안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서명·비준한 40개국의 외교장관들이 유엔총회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이 21세기에 핵실험을 강행하는 유일한 국가임”을 강조하고 “북한은 안보리 결의와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 을 통해 1991년 남북이 함께 유엔에 가입한 이래 처음으로 북한의 유엔 퇴출 문제를 공식으로 거론했습니다. 윤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안보리 결의 및 국제규범 위반은 유엔의 70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 강조하고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도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9월 9일 핵실험이 있던 날 이집트는 곧바로 규탄성명을 발표했고 9월 14일에는 볼리비아가 뒤를 이었으며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도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렇듯 전통적으로 북한과 가까이 지냈던 국가들까지 나서 핵실험을 규탄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일 반박과 정당화를 위한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9월 22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당국의 북 수뇌부 재거 망동은 서울 잿더미만을 초래케 될 것이며, 우리의 징벌적 핵탄은 청와대와 반동의 기관들이 몰려있는 동족대결의 아성인 서울을 완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미국의 B-1 전략폭격기 전개에 대해서도 “미국이 핵전쟁살인장비들을 투입한다면 태평양작전지대 안에 이는 미제 침략군기지들을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핵악몽 속의 몰아넣어 버릴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9월 23일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도발적인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핵보유국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안전과 조선반도의 평화는 오직 믿음직한 억제력만으로 지킬 수 있다”고 발언하고 “핵무장은 우리의 국가노선”임을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B-1 폭격기를 조선반도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시키고 또 다시 우리를 위협한 것에 대해 우리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리고 위협했습니다. 그리고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앞으로도 핵무력을 질적 양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렇듯 북핵이 세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된 가운데 외교전쟁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 끝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는 가난하고 작은 북한이 온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