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이 연설에서 박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사항들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당 국제기구와 관련국들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21세기에 들어와서 핵실험을 한 유일한 나라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국제평화에 심각한 위협일 뿐 아니라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NPT, 즉 핵무기비확산 조약 체제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더불어 많은 경제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반복했습니다.
일본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전쟁시기 동안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비판 받아 마땅한 인권문제”라는 말로 일본의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은 한 마디로 인권 연설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북한은 반응은 매우 격한 것이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9월 28일자에서 “대결에 미친 정치매춘부의 추태”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외세를 등에 업고 반공화국 대열에 나선다면 비참한 자멸을 가져올 뿐”이라면서 원색적인 협박을 퍼부었습니다. 핵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지 않았다면 핵문제는 애초부터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핵보유를 정당화했습니다. 북한 조평통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악담질로 심판받을 날을 앞당기는 청와대의 대결광녀”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시집 못간 노처녀의 술주정,’” 늙고 병든 암고양이의 가날픈 신음소리” 등 입에 담아서는 안될 용어들도 마구 쏟아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북한이 유엔무대에서 펼친 일련의 외교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 대한 화풀이 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15년 만에 장관급 인사인 리수용 외상을 유엔에 파견하여 국제사회의 인권공세를 누그러뜨리기를 원했습니다. 리수용 외상은 27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반론을 펼쳤습니다.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이 인권을 시비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받아 쳤고, 핵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없어져야만 핵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미국에게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향을 얻지 못했습니다. 리 외상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서신을 전달하고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 만나지 않은 채 귀국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항변이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2006년 출범 이후 유엔인권이사회(HRC)는 매4년마다 회원국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정례보고서(UPR: Universal Periodic Review)을 발표해왔는데, 2009년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무려 167개에 달하는 권고사항을 담아냈습니다. 북한이 이를 거부하지 2013년에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립하고 특별보고관을 임명했습니다. 특별보고관이 이후 1년간 조사활동을 벌여 제출한 보고서가 바로 금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보고서이며, 유엔은 이를 통해 공개처형 중단, 강제소환 탈북자 처벌 중단, 여행자유 보장 등의 많은 인권개선 조치들을 촉구했습니다.
이렇듯 유엔인권이사회의 보고서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며, 박 대통령의 연설은 이 사실들에 의거하여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개선하는데 북한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해야 할 일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인권개선에 노력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언어구사에 있어 기본적 예의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자고로 국제관계에 있어서는 적대국가들 사이에서도 상대국의 국가원수에 대해서는 가려서 표현하는 법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성비하적인 발언마저 서슴지 않는 북한의 태도는 향후 남북관계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한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언제든 남북관계의 개선과 상생을 원하며, 북한이 이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