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0월에는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행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의미한 행사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거행될 예정인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8월 4일 ‘DMZ 목함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해소되었고, 이 과정에서 발표된 것이 총 6개항으로 구성된 ‘8.25 남북 공동합의문’이었습니다.
바로 이 합의문에서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가지기로 했고, 그렇게 해서 열린 실무회담에서 합의된 것이 제20차 이산가족상봉 행사입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번 이산가족 만남은 2014년 2월에 있었던 제19차 상봉에 이어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제20차 상봉행사가 될 것이며, 남북의 이산가족 각 백 명과 가족들이 2박 3일 일정을 통해 꿈에 그리던 재회의 감격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시급한 남북의 공동과제입니다. 과거엔 남북 일천만 이산가족이라고 했습니다. 남한에 5백만 명 정도이니 북한에도 5백만 명 정도가 계실 것으로 추정해서 그렇게들 말했습니다. 이 중에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고, 이런저런 이유로 이산가족 찾기를 포기한 분들도 많습니다. 이후 정부가 상봉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이 1988년이었는데 상봉을 신청한 숫자는 12만여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년 수천 명의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2015년 현재 생존자는 6만 6천 명에 지나지 않으며, 연령도 매우 높습니다.
90세 이상이 7천 8백여 명으로 12%이며, 80세에서 89세까지가 2만 8천여 명으로 42%를 차지합니다. 말하자면, 생존자의 절반 이상이 80세가 넘는 고령자분들입니다. 상봉가족을 선정하는 절차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단 상봉이 합의되면 대한적십자사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추첨을 통해 후보자 5백 명을 선정하고, 이들을 다시 250명으로 줄여 생사확인서를 교환하게 되며, 건강검진 등을 통해 최종 100명을 선정하게 됩니다. 이산가족들은 이 경쟁을 뚫어야만 상봉의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제1차 이산가족 상봉 이후 지금까지 이루어진 열아홉 차례의 상봉행사를 통해 재회의 기쁨을 누린 가족은 남북을 합쳐 4천 가족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모 형제자매를 만나지 못한다면 결코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하실 이분들에게 살아계실 동안 상봉의 기회를 만들어드리는 것이야말로 남북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최대의 인도주의적 과제일 것입니다.
이산가족의 만남은 인도주의적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희망사항이겠지만, 한국 국민 모두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8.25 공동합의문에서 합의했던 당국회담 개최,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도 탄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나아가서 금강산관광 재개, 경원선 복원,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립 등이 실현되어 남북관계 전반에 순풍이 불어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봉행사가 예정대로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창건일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들이 공언해온 대로 그 직후에 로켓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이렇듯 북한이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하면서 또 다시 로켓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과 추가적인 대북제재는 불가피해질 것이며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악재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또다시 무슨 트집을 잡아 상봉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이며 그래서 상봉을 기다리는 한국의 이산가족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 전문가들의 눈은 북한의 평양을 향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창건일 행사를 통해 북-중 관계가 얼마나 회복될지,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어떤 신무기들을 선보일지, 기념식 이후에 로켓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지, 그렇게 한다면 유엔과 국제사회가 어떤 대북조치를 취할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이산가족들의 속도 새까맣게 타 들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