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아시안게임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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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의 꿈, 하나되는 아시아'라는 주제를 내걸고 16일 동안 열전을 펼쳤던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화가 꺼졌습니다. 9월 19일부터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10월 5일 폐막된 것입니다. 폐막식에서 각국의 선수단과 임원단은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한 목소리로 '굿바이 인천'을 외치면서 아쉬운 작별을 고했습니다.

여느 국제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아시안게임도 다양한 화제를 남겼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부동의 강세를 유지했는데, 중국은 이번에도 151개의 금메달을 포함한 342개의 메달을 따면서 1위 자리를 지켰으며, 한국이 234개의 메달로 2위 그리고 일본이 200개 메달로 3위를 지켰습니다. 카자흐스탄, 이란, 태국 등 전통적인 체육강국들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고, 북한은 11개의 금메달을 포함한 36개의 메달을 따면서 7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메달의 숫자나 색깔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메달을 한두 개 밖에 따지 못한 나라도 많고 아예 따지 못한 나라들도 많지만 참가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메달과 관계없이 선전한 각국의 선수들은 각자의 조국을 위해 주어진 몫을 다했습니다. 라이벌인 외국 선수에게 생일케이크를 보낸 선수, 히잡을 두른 아름다운 아랍 여성들의 무술솜씨,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워 금메달을 딴 외국선수, 처음으로 조국에 금메달을 바친 어느 선수의 환희의 눈물 등 숱한 아름다운 장면들이 아시안게임의 의미를 만들어낸 주역들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를 주최한 한국 국민에게는 잊지 못할 두 가지 사연이 만들어진 대회였습니다. 하나는 북한의 참가와 이로 인한 아름다운 화제들이었습니다.

1974년 테헤란 대회부터 모습을 드러낸 북한은 일찍부터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은 역도, 사격 등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줄곳 4-5위권의 저력을 보여주었으며,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82개의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8년 방콕대회부터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06년 도하 대회에서 16위 그리고 광저우 대회에서는 12위에 그쳤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이번 인천대회에서 또다시 역도와 사격 그리고 구기 종목에서 저력을 발휘하면서 36개의 메달로 종합 7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이 과거와는 다른 부드럽고 여유 있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남북의 선수 및 임원이 많은 덕담들을 나눌 수 있었고, 한국 관중들도 북한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습니다. 요컨대, 한국 국민은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로 제한된 사람들 간의 대화이지만, 남북간에 많은 대화와 접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두번째의 사연은 북한 실세들의 깜짝 방한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의 폐막식이 열리는 4일 북한의 최고 실세들에 해당하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전 총정치국장겸 국가체육지도위원,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등 세 사람이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여 폐막식에 참가한 것입니다. 이들은 입국하자마자 청와대 김관진 안보실장 등 한국의 고위급과 오찬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에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어서 이들은 경기장으로 가서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고위급 회담은 한국정부가 지난 8월 1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김류현 차장을 통해 제안한 것이었지만,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과 북한인권 관련 발언을 시비하면서 대화제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었습니다.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이번 북한 실세들의 깜짝 방문에 놀라면서도 앞으로 남북간 생산적인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세계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방한의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인권문제로 유엔에서 심한 추궁을 받고 있다는 사실, 북한 내부의 불안정 가능성 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한국 국민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북한이 내부단결을 원할 때 대남 무력도발을 자행했고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할 때 대남대화를 제안했음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유화적 제스쳐나 평화공세가 핵개발의 포기나 무력도발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된 학습효과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과 국제사회는 언제나 북한당국의 진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북한 실력자들의 방한이 남북간 새로운 대화국면을 여는 계기가 되는 것은 환영 받아 마땅하지만, 북한당국은 진정성을 갈구하는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의 바램에 부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