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 핵실험의 부도덕성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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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억제용이라는 주장을 앞세우고 핵개발을 해왔습니다. 2012년 개정헌법에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명시했고, 2017년 9월 9일 제6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나서는 “수소탄까지 보유한 천하무적의 핵강국”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에게 있어 핵개발은 김일성 주석이 창시한 국가적 사업이며, 김정일·김정은 위원장 역시 핵개발을 최우선 유훈사업으로 키워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규탄을 무시하면서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기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안보리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흔들고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매우 부도덕한 행동입니다.

첫째, 북한은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체결 이후 유일하게 핵실험을 하는 나라입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무수한 사전 협상을 거쳐 1996년 9월 10일 유엔 총회가 탄생시킨 국제조약으로서 우주, 대기권, 수중, 지하 등 모든 공간에서의 모든 형태의 핵실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조약에 가입한 나라가 183개국이고 그 중 비준을 마친 국가가 166개국이나 되지만 아직도 정식으로 발효되지 않은 미완성 조약이기도 합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핵실험을 할 능력이 있는 나라, 즉 원자로를 보유한 44개국이 서명과 비준을 완료하는 시점에 발효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들 중 8개국이 아직 비준을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완성 조약이기는 하지만,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의 의미와 역할은 막중합니다. 1945년 핵무기가 등장한 이후 핵보유국들이 실시하는 핵실험이 지구환경을 위협함에 따라 1963년 미국, 소련, 영국 등이 주축이 되어 부분핵실험금지조약 (PTBT)을 성사시켰는데, 이는 대기권 핵실험을 금지하고 지하핵실험만 허용하는 조약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중국 등 후발 핵개발국가들은 지하핵실험만으로도 핵무기를 개발·관리하는데 문제가 없는 선발 핵보유국들에게만 유리한 조약이라며 반발했고, 이에 프랑스는 1968년까지 그리고 중국은 1976년까지 대기권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미국과 소련은 1962년에 그리고 영국은 1958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대기권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비핵국들은 지하핵실험도 지구환경을 파괴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핵실험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결국 1996년에 이르러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이 탄생한 것입니다. 당시 핵무기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 조약에도 불구하고 1998년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다른 모든 나라들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을 준수하여 1996년 이후 일체의 핵실험을 포기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도 더 이상의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명만 하고 비준은 미루고 있는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경우, 아직 비준을 미루고 있지만 1992년부터 자발적으로 핵실험 유보조치(Test Moratorium)를 취하고 다른 나라들에게도 핵실험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등 조약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핵실험을 금지하는 것은 온 인류의 열망이며, 모든 나라가 이 열망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사무국에 해당하는 CTBTO를 유엔산하에 두고 있으며, CTBTO는 전 세계 89개국에 337개의 핵실험 감시센터를 설치하여 핵실험시 발생하는 인공지진을 관측하는 등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북한 만이 인류의 열망을 외면하고 조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채 핵실험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부도덕하다고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둘째,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북한 주민의 건강은 물론 인근국가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이론상, 지하핵실험은 심각한 방사능 오염물질을 지상으로 배출하지는 않습니다. 방사성 가스 핵종인 제논(Xe), 크립톤(Kr)의 일부가 지표 틈을 타고 방출되지만 미미한 양이며, 지하 핵실험 공간이 깊고 견고하며 갱도가 완벽하게 메워졌다면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은 지하에 잔존되어 외부오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핵실험이 실시되면 방사능, 독극성 화학물질, 중금속 등이 해당지역의 토양과 하천 그리고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프랑스나 영국도 자국 내에서는 핵실험을 하지 못했는데, 프랑스의 1/5밖에 되지 않는 북한은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민들은 핵연구단지가 있는 영변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풍계리 일대의 주민들이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세슘, 스트론튬 등의 방사능 물질은 혈액, 위, 대장, 뇌, 척수 등을 손상시키고 각종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데, 북한은 자국 국민의 건강마저 외면한 채 반인륜적이고 부도덕한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셋째, 북한의 핵실험은 백두산 폭발을 유발하여 북한뿐 아니라 인근국가들에게 큰 피해를 미칠 개연성을 안고 있습니다. 백두산의 지하 10km에 거대한 마그마층이 존재하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며, 온천수 온도 증가, 헬륨 농도 증가 등 대폭발을 예고하는 징후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와 인근국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 뻔합니다. 지금은 역내 국가들이 모여서 언제 있을지도 모르는 백두산 화산에 대비하기 위한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북한은 협의는커녕 백두산의 코앞에서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핵실험은 역내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반인륜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부도덕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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