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대한민국 강원도 원주에 있는 공군기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산전투기 FA-50의 전력화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FA-50은 한국이 개발하여 필리핀, 이라크,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제트훈련기인 T-50에 공대공 및 공대지 미사일과 각종 정밀 유도탄 등을 장착하여 경공격기로 만든 것인데, 10월 30일부로 출고된 20대 1개 대대를 편성하여 이날 영공방어 임무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 전투기는 노후화되어 도태되고 있는 F-5 및 F-4전투기를 대체하는 중하위급 전투기로서 자그마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탑재중량 9톤에 최대속력 음속 1.5배를 자랑하며 450km의 전투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군은 향후 60대의 F-50을 배치하여 3개 대대로 운용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열려 40대의 F-35전투기를 도입하는 문제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F-35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전투기로 최대속도 마하 1.8에 탑재중량 약 8톤 그리고 1,100km의 작전반경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국의 레이더나 적외선 센서에 탐지 당하지 않는 저피탐지성(Very Low Observable) 전투기, 즉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공군은 전쟁이 나면 상대국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전략목표들을 파괴하여 초전에 승기를 잡아야 하며, 상대국이 핵공격을 가해오는 경우 이를 사전에 탐지하여 신속 정확하게 파괴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력도발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응징해야 하며, 대한민국의 도서나 바다를 침탈하려는 외국세력의 시도가 있을 시에도 즉각 날아가서 격퇴해야 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는 것이 그런 사태를 억제·예방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전문가들이 단순한 ‘차기’가 아닌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희망했던 것입니다. 이제 한국은 약 7조 원의 예산으로 2018년부터 2021까지 40대의 F-35 전투기를 도입하게 되며, 이들은 현재 운용중인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인 F-15K Slam Eagle과 더불어 공군의 상위급 전투기로서 대한민국의 영공을 지키고 주변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은 일명 ‘보라매 사업’으로 불리는 KF-X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약 8조원의 예산으로 2021년까지 한국형 전투기 180여 대를 생산하여 현재 운용 중인 F-16 Falcon기와 함께 한국공군의 중위급 전투기로 사용하는 사업입니다. 이들 사업들이 완료되면 한국공군은 스텔스 전투기에서 각종 한국형 전투기를 포함한 이상적인 High-Low Mix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 되돌아 보십시다. 이 세상에 군사력에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는 없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이 돈을 쓰면서 군사력을 유지하고 해군함정이나 공군기들을 확보하는 것은 주변과 한반도의 안보환경 때문입니다.
현재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최근 우크라이나의 크리미아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마저 경쟁구도에 뛰어든다면 동북아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라는 이중의 신냉전 구도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현재 중국과 일본이 치열한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텔스기 분야도 그렇습니다. 미국의 최강 스텔스기 F-22와 F-35에 대항하여 러시아와 중국도 스텔스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미 시험비행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핵미사일 발사를 위한 잠수함 건조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핵개발과 군사력 증강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한국은 핵무기비확산조약, 즉 NPT를 준수하는 국가로서 핵무기를 개발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세 차례의 핵실험을 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북핵의 위협을 상쇄하는 대응적 핵무장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한국정부는 핵무장을 택하기 보다는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정착에 노력하면서 최소한의 군사력을 유지 발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F-35를 도입하고 FA-50을 전력화하는 것이나 새로운 국산전투기를 개발하려는 것은 이런 안보환경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하는 최소한의 군사적 조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