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홍응표 통일부장관은 10월 21일 간담회에서 탈북민 정착지원을 위해 사회통합형 지원책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요지는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가 3만 명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들에게 무작정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해서 한국사회에 떳떳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선도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앞서 10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자 통일의 시험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무사히 정착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신호이기 때문에 한국은 자유와 인권을 찾아 사선을 넘어 한국에 온 탈북민들을 충분히 수용하는 체계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통일부의 발표에 따르면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맞추어 탈북자가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9년에는 약 3천명, 2010년에는 약 2천 4백명, 그리고 2011년에는 역 2천 8백 명이 넘어왔고, 2011년말 김정은 정권의 출범 이후 숫자가 줄어들다가 2015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6년 1월에서 9월까지 이미 1,036명이 들어왔는데, 이는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숫자입니다.
폭압과 빈곤 그리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한 북한주민들의 탈출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탈북의 동기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먹고 살 것을 찾아 탈북하는 생계형 탈북뿐 아니라 이제는 숙청이나 처형을 피해 또는 보다 희망적인 삶을 설계하기 위해 탈북하는 이민형 탈북이 늘고 있는데, 해외에 주재하는 북한식당의 종업원들이나 외교관들의 탈북이 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실례입니다.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이 가장 먼저 거치는 것이 합동심문 과정입니다. 이는 탈북민의 신원과 동기를 파악하고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등 불순한 목적을 가진 인자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하나원에서 12주 동안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하나원은 통일부가 운영하는 탈북민 보호교육기관으로서 경기도 안성에 여성 및 청소년을 교육하는 하나원 본원이 있고 강원도 화천에 남성들을 교육하는 제2하나원이 있습니다.
하나원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3개월 동안 한국의 법, 문화, 제도 등을 배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돈을 예금하고 찾는 방법, 지하철을 타는 방법, 진료를 받는 방법 등을 두루 배우게 되며 한국의 뉴스를 듣고 신문을 읽는 것도 익히게 됩니다. 하나원을 방문하는 외부인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원내에 각종 종교시설이 있어 원하는 종교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과 대규모 치과병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충치, 풍치 등 각종 치아병을 방치하고 살아온 탈북민들이 하나원에서 치아 치료를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대규모 치과병원을 개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원 교육을 끝낸 탈북민은 각자의 희망에 따라 거주지역을 배정받아 거주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해당 지역에 있는 하나센터 직원들이 모든 것을 안내해 줍니다. 하나센터는 탈북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 통일부가 2009년부터 운용하는 시설로서 현재 전국 각지에 23개의 하나센터가 있습니다. 해당지역으로 이동한 탈북민에게는 하나센터가 1년 이상 최대 5년까지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주게 됩니다. 하나센터는 주민등록, 취업, 건강진료, 자녀들의 학교입학 등 정착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상담해주고 안내해줍니다. 탈북민들이 하나센터를 친정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한국정부는 탈북민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방안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1997년 1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후 정부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탈북민들을 돕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하나원 퇴소와 함께 일인당 정착금 700만원을 지급하고 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주택임대비도 지원합니다. 5인 이상의 가족은 최대 2,000만원까지 임대비를 지원해줍니다. 하지만 현금지원보다는 탈북민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도록 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젊은 탈북민을 위한 직업훈련 강화, 중장년 탈북자들을 위한 영농정착 제도, 주부 탈북민들을 위한 음식타운 조성 등 다양한 계획들을 수립하고 일부는 이미 시행 중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뀐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탈북민들에게는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자존심을 키워주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자유와 인권을 찾아 사선을 넘어 온 탈북민들에게 사회통합형 지원책들이 더욱 많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