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3일에서 18일까지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대통령은 2013년 5월 박 대통령의 미국방문, 2014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방문, 그리고 2014년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APEC)를 통해 이미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진 바가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두 번째의 미국방문에 나선 박 대통령은 10월 13일 미국에 도착하여 14일 워싱턴에 있는 6.25전쟁 참전기념비 헌화로 공식일정을 시작했으며, 이어서 15일에는 미국 국방부 방문, 바이든 부통령과의 오찬, 한미 재계회의총회 연설, 미 항공우주국(NASA) 방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 등 촘촘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미 국방부에서는 에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회의실 앞에서 수십 명의 미군 장병들과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16일에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한미 우호의 밤’ 행사 참가를 끝으로 박 대통령의 공식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미국방문은 다양한 특징들을 나타냈는데, 그 중에는 한미동맹의 건강성을 재확인하는 의미에서 첫 공식일정을 6.25 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방문하고 참전용사들을 격려한 점,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에의 참여 의사를 밝힌 점, 166명이라는 역대 최대규모의 경제사절단을 동행하여 한미 기업간 대규모 비즈니스 상담이 이루어진 점, 미국이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점 등이 있습니다.
미 국방부 방문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방부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던 점이나 최초로 한미간 우주협력협정의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점도 이채로웠으며, 보건의료, 기후변화, 사이버보안 등 첨단분야들과 관련하여 총 2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어 한미간 경제동맹이 강화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TPP는 미국, 일본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무역동맹으로서 8억 명의 인구, 전세계 GDP의 40% 그리고 세계 교역의 25%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입니다. 한국이 여기에 참여하게 되면 한미간 경제동맹도 한차례 더 업그레이드 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의 특징은 양국 간 협력성과를 정리하고 미래의 협력을 제시하는 ‘한미관계 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와 함께 북핵 문제만을 다룬 별도의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는 점입니다. 별도의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의지를 가지고(with utmost urgency and determination) 다룰 것”을 합의했고,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의 개발은 유엔안보리 결의의 상시적인 위반으로서 2006년 6자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북한의 공약에도 위배되는 것”임을 지적하고 북한에게 “국제의무 및 공약을 즉각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또한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가 스스로의 경제개발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공동성명은 대한민국과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의 길을 열어두고 중국 및 여타 당사국들과 함께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와 함께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이고 국제 의무와 공약을 준수한다면 한미 양국은 국제사회와 더불어 북한에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천명함으로써 북한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한미 양국의 정상이 이토록 자세한 내용을 담은 북핵 관련 별도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글로벌 과제라는 사실을 여실히 대변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를 현재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에게는 핵무기도 만들고 경제도 재건하겠다는 소위 ‘병진(竝進)정책’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를 되돌아 보고 한미 양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핵포기 및 개혁개방으로 선회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입니다. 한미 양국에게도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양국 정부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살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동력을 결집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며, 중국을 포함한 주요 당사국들과의 대화노력도 강화해나가야 마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