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한국 상공에서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영국의 전투기들이 나란히 편대를 이루어 비행하는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한국 공군의 F-15K와 F-16, 미 공군의 F-15, 그리고 영국 공군의 타이푼 전투기들이 11월 4일에서 10일까지 이어진 한·미·영 연합공군훈련 ‘무적의 방패 (Invincible Shield)’에 참가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3국은 가상의 적 군사시설과 지휘부에 대한 정밀타격을 가하는 훈련과 대량으로 공격해오는 적 항공기들을 공중에서 요격, 격추시키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같은 날 강원도에서는 헬기들을 동원하여 특수부대를 적진 깊숙이 침투시키는 한미 합동훈련도 별도로 실시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주한미군은 ‘커레이저스 채널(Courageous Channel)’이라는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국민을 일본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까지 피난시키는 훈련으로 주한미군은 지난 11월 1일 김해공항에서 자국민들을 C-130 수송기에 태워서 일본까지 이동시키는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국이 자국민 대피를 위한 실제훈련을 벌인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입니다.
가장 이채로웠던 것은 영국 공군이 전투기, 공중급유기, 수송기 등을 파견하여 한·미·영 3국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공군력 세계1위인 미국, 제3위인 영국, 그리고 제9위인 한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훈련을 벌인 것인데, 특히 영국의 전투기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아시아국가들과 함께 전투기동 훈련을 벌인 것은 6.25 전쟁 이후 처음이며, 한·미·영 3국의 공군이 한국의 영공에서 연합훈련을 벌인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영국 공군의 전투기들은 10월 11일에서 20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그리고 10월 24일에서 11월 3일까지는 일본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벌인 후 한국으로 넘어와 한·미군 공군기들과 합동으로 훈련을 실시한 것입니다.
타이푼은 영국, 독일, 이태리, 스페인 등이 공동 개발한 4.5세대 전투기로 2003년 이래 이들 나라 공군의 주력기가 되었습니다. 타이푼은 음속 2배의 속도로 비행하며 1,400km의 작전반경과 16톤의 적재중량을 자랑합니다. 미국은 세계 제1위의 공군력을 가진 나라로서 미 공군은 1만대가 넘는 각종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미 해군이 보유한 항공기도 1,200대가 넘습니다. 영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제3위의 공군력을 자랑하며 토네이도, 유로파이터 타이푼, F-35 라이트닝 등 다양한 전투기들을 포함한 약 1,00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키프로스, 몰타, 포클랜드 기지, 캐나다 등에 해외기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국으로서 1991년 제1차 걸프전, 1998년 코소보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2011년 리비아 내전 발생 이후 카다피군에 대한 연합국의 공습, 현재도 진행 중인 이슬람 테러세력 IS에 대한 공습 등 여러 전장에서 미국과 공동작전을 펼쳐왔습니다. 한국 공군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제9위의 파워를 자랑합니다. 한국 공군은 현재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인 F-15를 비롯한 400여 대의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도입 운용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실시된 일련의 훈련들은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직후 한국 국방부가 북한의 핵도발시 북한 지휘부를 정밀 타격하여 제거하겠다는 대량응징보복전략(KMPR)을 발표한 직후에 그리고 미국에서 북핵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거론되고 있는 중에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3년 한국 공군은 독일로부터 타우러스 미사일(KEPD 350K)을 도입하는 계획을 확정 지은 바가 있으며, 10월 14일 첫 도입분을 인수한 바가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이 구매한 타우러스 미사일은 독일과 스페인이 공동 개발한 공대지 순항미사일로서 음속 0.8의 속도로 500km 이상을 날아가서 CEP 1m의 정확도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CEP 1m란 발사된 미사일의 절반 이상이 목표점으로부터 1m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타우러스는 관통탄두와 침투탄두가 결합된 지하벙커 공격용 관통탄으로서 최대 6m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하며 목표로 하는 층에서 폭발합니다.
한국 공군은 지금까지 JDAM, JASSM, SLAM-ER 등 다양한 정밀타격용 공대지 미사일들을 운용해 왔지만, 이번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확보함에 따라 대전 지역 상공에서 평양의 주요 건물이나 지휘본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타우러스 미사일은 곧 도입되는 F-35스텔스 전폭기와 더불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될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선제타격을 거론하고 한국이 보복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결코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