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2016년 12월초부터 SRT 고속열차가 운행을 시작합니다. SRT는 서울의 동남쪽 끝인 수서역에서 출발하여 경부선과 호남선에 연결되는 새로운 고속열차이며, 이 열차의 운행을 위해 수서에서 동탄과 지세를 지나 기존의 경부선에 연결되는 61km의 새로운 선로가 부설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기존의 KTX를 타고 광주나 부산방면으로 갈 수 있는데 더하여, 이제는 수서역에서도 고속열차를 탈 수 있어서 서울 강남권과 동부권 시민들의 지방 나들이가 한결 편해집니다.
SRT도 KTX와 마찬가지로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인데 짧아지는 거리만큼 운임이 싸지는데다가 좌석이 개선되어 KTX보다 발 뻗을 공간이 더 넓고 전 좌석에 콘센트가 설치되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충전이 가능하고 열차마다 장애인 좌석,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 보관실, 수유실, 기저귀 교환대 등이 설치됩니다.
대한민국은 2004년 4월 1일 고속열차 KTX(Korean Train Express)의 운행을 개시하면서 완전한 철도선진국에 진입했습니다. 새마을호, ITX 청춘열차 등 기존의 열차들도 시속 150km 내외의 고속이었지만 시속 300km를 자랑하는 KTX의 등장과 함께 한국은 본격적으로 고속열차 시대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1시간, 부산까지 2시간 20분, 광주까지 1시간 50분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짧은 시간으로 지방도시들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속 300km란 중간에 정차하지 않고 달린다면 1시간 반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속도입니다. 이제는 서울에서 출발하여 부산이나 광주에 가서 볼일을 보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 서울로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번에 SRT 고속철이 새로이 개통됨으로써 이제 한국은 KTX와 SRT가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경쟁체제를 갖추었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2천만 대의 자동차들이 다니고 고속버스들이 전국의 각 도시들을 연결하고 있는데다 주요 도시 간에는 비행기가 다니기 때문에 비행기와 버스 그리고 철도가 승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제는 고속철도 부분 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개막된 것입니다.
여기에 비해 북한의 철도는 매우 낙후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북한의 철도는 총연장이 약 5,300km이고 80%가 전철화되어 있지만, 열차와 궤도가 모두 노후화되었고 철로기반이 무너지거나 궤도가 틀어지는 일이 빈번하고 궤도의 품질도 조악하여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많은 구간이 전철화되었음에도 전력난과 에너지난으로 전기기관차, 디젤 기관차, 증기기관차 등이 함께 운행되는 것이 오늘의 북한입니다.
사람들이 타는 열차에는 특별열차, 국제열차, 급행, 준급행, 완행, 통근열차 등이 있는데, 이중에서 북한당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특별열차와 국제열차라고 합니다. 특별열차는 최고지도자가 국내 현지지도를 다닐 대 이용하는 열차이며, 국제열차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평양과 북경을 오가는 열차입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열차들의 평균속도는 시속 25~60km로 알려져 있으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력난, 차량 및 궤도의 노후화 등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시속 15km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후반 평양에서 두만강방면으로 가는데 열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열흘이 넘게 걸렸다고 했습니다. 버스나 승용차가 거의 없는 북한에서 열차는 유일한 장거리 여행수단이어서 항상 사람들로 넘쳐나며 화장실 등 위생시설도 열악하다고 합니다. 냉난방이 잘된 열차 안에서 모든 승객이 제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여행하는 한국에 비해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
한반도가 분단되기 이전에는 경의선과 경원선은 남북을 잇는 간선철도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경의선과 경부선을 이용하여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도 남북을 잇는 철로였습니다. 남북관계가 원활했던 2003년 6월 14일 비무장지대의 경의선을 개설함으로써 경의선이 이어졌었습니다. 2005년에는 동해선이 연결되어 남북을 잇는 또 하나의 길이 만들어졌고, 비무장지대의 경원선과 금강산선도 부분적으로 이어졌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개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그 길은 다시 끊어지고 신설된 철로 위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통일이 되면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4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