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이슬람 테러와 반테러 국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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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3일 파리에서 세계를 경악시킨 대형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무장괴한들이 사람들이 붐비는 공연장, 체육경기장, 식당가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여 130여 명의 무고한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을 살해한 것입니다. 사건 직후 이슬람 과격세력으로 현재 시리아 일부와 이라크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IS라는 단체는 자신들이 성전(聖戰)을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1월 20일에는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인 바마코에서 무장괴한들이 한 고급호텔에 난입하여 투숙객들을 살해하고 인질로 잡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태로 적어도 27명의 투숙객들이 살해되었습니다. 이 호텔은 주로 서방국가들의 외교관, 외국 언론인, 기업인, 관광객 등이 머무는 곳으로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습니다. 무장괴한들은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알라는 위대하다(Allahu Akbar)”를 외친 후 살육을 시작했고, 코란을 암송하는 인질들을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들 역시 알카에다 등과 연계된 과격 이슬람세력이 분명합니다. 파리와 바마코의 테러는 무차별적이고 대량살상이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지만 아무런 방어능력을 가지지 않은 일반시민들과 관광객들을 테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세계를 전율케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파리 테러는 프랑스와 서방국들의 즉각적인 대응을 초래했습니다. 프랑스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리아내 IS의 근거지인 라카(Raqqa)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으며,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르드골호를 시리아 근해를 파견했습니다. 미국 특수부대의 지원 하에 프랑스 특수부대는 테러 용의자들이 숨은 것으로 알려진 파리외곽의 아파트 건물을 급습하여 용의자들을 사살했습니다. 테러범 잔당이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벨기에에서도 최고 수준인 4급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학교와 지하철이 폐쇄되고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로마에서는 지하철역과 주요 문화재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경계를 섰으며, 11월 22일 교황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바티칸 광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

APEC 정상회담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 세력을 격퇴함에 있어 어떠한 관용도 베풀지 않겠으며, 테러범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테러 네트워크를 파괴하겠다”고 선언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급 회합을 가졌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에 대처하는 국제적 연대(global coalition)를 구축하기 위해 바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올랑드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어서 러시아로 가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이슬람 테러에 대처하기 위한 반테러 국제연대가 그다지 쉬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10월 31일 IS의 공격으로 자국의 여객기가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추락하여 244명이 몰살하는 테러를 당한 후부터 반IS 연대에 관심을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11월 24일 터키-시리아 국경지역에서 터키 공군기가 영공침입을 이유로 러시아의 Su-24 전투기를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반테러 국제연대 움직임은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시리아에 대한 서방세계와 러시아의 이해가 극명하게 상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터키와 서방세계는 시리아의 세습독재자인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여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습니다만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의 생존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 반군에 대한 공습을 수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즉, 말로는 IS에 대한 공습에 참여하겠다고 하면서도 러시아의 주된 관심은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생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테러 국제연대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계 모든 나라들은 과격 이슬람 세력의 테러가 의미하는 비인도주의적 측면에 대해 공감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는 매년 테러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3천명에 이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테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전세계 대부분의 이슬람 신자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죄 없는 시리아 난민들도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파리 테러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슬람 난민들을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으며, 파리 테러를 주도한 테러범들이 시리아 여권을 소지한 상태에서 난민으로 위장하여 유럽을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난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 것입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반인륜적인 테러를 발본색원하는데 있어 협력해야 마땅하며, 남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쿠알라룸푸르에서 반테러 입장을 천명한 바 있으며,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도 지난 11월 17일 프랑스에 전문을 보내 파리 테러에 대한 위로와 함께 테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번 파리 테러 사건은 남북한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반인륜적 테러를 근절하는데 협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