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전쟁위기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4월과 8월에 이어 금년들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이번에도 일본 언론들이 위기설을 지피는 가운데 그리고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전쟁임박설을 퍼뜨리는 가운데, 미국 정가(政街)에서는 주한미군 가족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국의 국회에서도 미국의 대북 해상봉쇄 가능성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난 4~8일 북한내 700개의 전략목표들을 설정해놓고 실시된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공군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에 대해서도 대북 군사행동을 가정한 훈련이라는 분석이 있었으며, 미국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북한이 도발을 상당기간 삼가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하기 전에 북한에게 마지막으로 대화에 나올 기회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전쟁위기설을 반영해서인지 12월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군사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진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중 정상은 한반도 전쟁 불용,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남북한 관계개선 등 4대 원칙에 합의했는데, 기본 취지는 군사충돌이나 전쟁위험 없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평양정권에 달려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이 한미동맹 무력화 등을 목표로 삼고 계속해서 핵무력을 과시하고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한다면, 미북 간 군사충돌과 한반도 전쟁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결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에 대해 다양한 예상들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차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 큰 관심사임은 당연합니다. 평양정권은 이제 수소탄까지 보유한 천하무적의 핵강국이 되었다고 선전하지만, 북한과 미국 사이에 서로가 서로를 건드리지 못하는 상호취약적 전략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미 본토든 아시아내 미군 기지든 한 두 군데의 목표물을 타격하여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그 즉시 전개될 미국의 재타격으로 인해 북한이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1격으로 북한의 제2격을 모두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즉, 첫 군사행동으로 북한이 보유한 공격자산들을 모두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북한에게는 끔찍한 시나리오입니다. 미국의 제1차 군사행동에 대해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향해 보복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가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결과는 동일할 것입니다. 이렇듯 아무도 원하지 않는 불길한 가상 시나리오들을 둘러싸고 전문가와 언론인들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계속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이 군사행동이 아닌 제3의 대안을 찾는다면, 그것은 미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거나 한국과 일본에게 자위적 핵무장에 나서게 함으로써 핵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 대안 역시 북한정권에게는 매우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핵은 더 이상 비대칭적 수단이 아니며 북한의 대남 핵협박이나 공갈도 먹히지 않게 됩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엄청난 돈을 쓰면서 주민경제를 멍들게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며, 북한의 핵무기는 정권과 체제를 지키는 수단이 아니라 그것들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보유 기정사실화가 불가능한 목표임을 깨닫고 비핵화 협상에 나와준다면, 모두에게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충돌이나 전쟁의 가능성이 소멸됨은 물론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이유도 없어질 것이며, 국제사회는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핵심적 당사국들이 모두 원하는 목표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대북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상태이며, 중국도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해온 만큼 당연히 대북지원에 나설 것입니다. 같은 사회주의 블록의 국가로서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심기가 상해 있는 상태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지가 이미 6년이 지났음에도 북중 간 정상회담조차 없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실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그렇습니다. 평양정권이 괌을 비롯한 미국의 아시아 군사기지들을 위협하고 미 본토까지 위협한다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군사행동이나 정권교체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밝히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온다면 굳이 군사옵션을 실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공은 북한의 코트에 있습니다. 평양정권이 좋은 선택을 해준다면 불길한 시나리오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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