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경제연구원이 12월 8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2월 15일 문을 연 개성공단은 지난 10년동안 북한에 3억 8천만 달러의 외화수입을 가져다 주고 한국에게는 32억 6천만 달러의 내수진작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개성공단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사업으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2012년 기준으로 보면 125개의 한국기업이 공단에 진출하여 매년 4억7천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생산하면서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과 20만 여명의 가족들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크고 작은 위기들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가장 심각했던 것이 작년 상반기에 발생했던 북한당국에 의한 차단 조치였습니다.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로켓 은하3호라는 미명 하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에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결의 2087호를 채택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유엔의 결의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켰고, 연례적으로 실시되어온 키 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을 강하게 시비하면서 2월 12일에는 전 세계의 우려 속에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유엔안보리는 또 다시 결의 2094호를 채택했지만, 북한의 전쟁위협은 이후에 더욱 격화되었고, 급기야는 “제2조선전쟁”을 위협하고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을 선언하더니만 4월 8일에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서서 “개성공단 잠정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133일만인 8월 15일에 남북은 실무자회담을 통해 공단 재가동에 합의했지만, 사태가 남긴 후유증은 너무나 컸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철수했고, 적지 않은 외국 바이어들은 불안정성을 이유로 구매선을 바꾸었으며, 이 기간에 북한 측 근로자들은 생계수단을 상실해야 했습니다. 이렇듯 천신만고 끝에 재가동된 개성공단이 또 다시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2월 6일 개성공단 임금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고 이를 한국 측에 통보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국 측이 일방적 규정개정은 곤란하다는 통지문을 북측에 보내려 했으나 북측은 이를 접수하는 것조차 거부해버렸습니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은 남북의 합의에 의해 매년 5% 이상 인상하지 못하게 하는 인상률 상한선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 근거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내년에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입니다.
현재 남북이 합의한 북한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70달러이며, 여기에 특근과 야근을 합쳐 150달러 내외를 받고 있습니다. 임금수준은 어디까지나 양측의 합의에 의해 기업의 경쟁력, 수출가능성 등 제반 요인들을 종합하여 정해야 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규정을 개정하거나 위기를 조성하여 기업운영의 지속성과 예측가능성을 폄훼한다면 향후 개성공단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외자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유의할만한 연구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서울대의 김병연 교수가 2012년 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중국 단둥 소재 대북(對北) 무역·투자 기업 176곳을 대상으로 '북·중 접경 경제특구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17%에 그쳤으며 투자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에 달했다고 합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중국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35.2%)가 '북한 정책의 잦은 변화’ 즉 예측불가성이라는 것입니다. 즉, 북한당국이 임의적으로 관련규정을 개정하거나 운영체제를 바꾸기 때문에 기업하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이는 곧 합의사항 준수에 대한 신뢰성 문제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5개의 경제특구와 19개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했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외자유치 실적이 4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 관광객이 감소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클럽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외화벌이 사업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 얼어붙은 남북관계에서 힘들게 정상가동을 하고 있는 개성공단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조치들은 상호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