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투자유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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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번 평양 봄철 국제상품전시회를 계기로 투자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북한은 설명회에서 투자를 위한 법률을 많이 만들었고, 자원이 풍부하며 노동력의 값도 싸며, 세금도 적고 투자자들을 위한 각종 특혜제도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고 호소하며 이례적으로 노동신문 인터넷 판에 투자설명회 소식을 상세히 실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합영투자지도국을 합영투자위원회로 확대하는 등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투자실적은 매우 미미한 상황입니다. 야심차게 추진한 황금평특구 개발도 투자미진으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원의 풍부성, 그리고 값싼 노동력은 매력적인 투자요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는 우선 정치적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 4.15를 계기로 북한은 인공지구위성발사를 강행했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안에 동의했습니다. 제재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다른 회사와 거래를 할 수 없으며 결국 망하게 됩니다.

또한 국제사회는 북한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사죄하고 공동조사를 하자는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은 금강산 관광이 중지되었습니다. 게다가 중지기간이 길어지자 금강산 관광에 투자했던 현대기업의 자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해 현대아산이 파산에 직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도 2011년 북한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할 데 대한 지침서를 내려 보냈습니다. 지침서는 북한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고 북핵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북한을 둘러싼 환경은 외자 유치에 적합지 않다며 투자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지침서는 북한의 전력, 운수 시스템 낙후 등 인프라 부족과 정보 불투명성도 투자의 장애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투자자들은 북한에 들어가 자유롭게 전화도 할 수 없고 인터넷도 하기 힘듭니다. 경영진도 북한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 때문에 북한에 기업을 개설하면 경영상황을 전혀 알 수 없고, 심지어 연락이 한 달씩 끊겨도 알아볼 데조차 없습니다.

게다가 노동력을 마음대로 고용할 수도 없고 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기업가들은 오직 돈만 먼 곳에 보내놓고 그 결과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북한투자의 현황입니다.

북한당국은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게 되면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이 약화되고 결국 통치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가가 직접 투자를 받아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체제 때문에 사회주의가 몰락했습니다.

지난날 독재국가로 분류되었던 버마에서 개혁개방조치를 받아들이자 1년 동안에 투자가 319억 딸라로 늘었습니다. 독재시기인 지난 22년 동안의 투자액이 모두 80억 딸라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북한이 투자유치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개혁개방 정책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