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영원한 우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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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된 것처럼 북한지도부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2년 사이에 세 차례에 걸치는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북한에 있어서 북ㆍ중 관계가 갖는 비중을 다시금 확인해 주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기간 중국을 상대로 비교적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중국 북한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되고 있습니다. 비록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고 공산당 일당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중국방문과정은 북ㆍ중 관계의 전망이 결코 밝지만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 김정일의 방중 과정 일정은 거의 공개되었습니다. 22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 비공개 사유를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인터넷판 사설에서 김정일의 방중을 간접 시인했고 심천위성TV는 외신에 보도된 김정일의 무단장 호텔 현관 입장 장면과 함께 방중 관련 보도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 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김정일 방중과 관련한 글과 동영상이 계속 올라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주었습니다. 김정일을 제일 먼저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린 것도 사진기자가 아니라 누리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중국정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외신들은 중국정부가 인터넷의 발달로 통제를 할 방법이 없는데다 중국인들의 정보욕구로 인한 불만이 높아지는 관계로 구태여 비밀을 지킬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한 네티즌은 "외국 매체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이라는데 왜 중국 매체는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김정일이 현재 방중 중이다. 국내 매체에는 한 점의 소식도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는 큰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변화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중국주민들의 북한지도부에 대한 태도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김정일의 방문에 대한 중국 누리꾼의 반응을 보면 '동맹국 지도자를 반긴다'는 취지의 글은 별로 없고 "김정일 열차가 올 때마다 중국 철도 운행시간표가 엉망이 되고 엄청나게 귀찮게 만든다." "매번 빈손으로 왔다 크고 작은 보따리를 차에 가득 싣고 가는 이런 친척은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얻어갈 때는 대개 감사와 겸손의 말을 하는데 이 친척은 사자처럼 크게 입을 벌리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는 등 비판적이고 욕하는 수준에 가까운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어 관영 신화통신이 발간하는 주간지 요망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25일 '김 위원장의 방중이 개혁개방을 위한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그의 방중을 비판한 글이 게재됐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이 경제적 원조와 권력세습을 인정받으려는 데 맞춰졌지, 개혁개방 의도는 전혀 없는 '정치 쇼'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사회가 민주화되면 될수록 주민들의 북한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중국정부의 북한옹호는 더욱 어렵게 될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