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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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김정은위원장의 생일을 맞으며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사탕과자 선물을 받았습니다. 전국의 육아원 애육원 원아들에게는 남방과일을 비롯한 식료품이 더 차례졌습니다. 선물전달식이 진행되었고 어린이들은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시대 때는 선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위원장이 1974년 정치무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하면서 선물을 주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김정일은 간부들에게 정말 많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비싼 벤츠와 같은 승용차, 오메가 선물시계, 천연색텔레비전, 냉동기, 녹음기 등 당시까지 볼 수 없었던 값비싼 물건들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전국의 학생들에게 수령의 생일을 맞으며 교복과 학용품을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사탕과자를 선물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선물을 주었을까? 선물이란 남에게 호의로 주는 물건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존경의 표시로, 사랑과 우정을 나누기 위해 선물을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선물에는 조건이 뒤따릅니다. 남한에서도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이전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이 주민들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쓰면 당선되고 쓰지 못하면 낙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거 때 선물을 주면 단속됩니다. 선거에서 자기를 찍어달라고 주는 대가성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선물을 준 것이 확인되면 당선이 무효로 됩니다.

북한에서 지도자가 주는 선물은 아름다운 문구로 찬양하지만 역시 정치적 지지를 목적으로 합니다. 때문에 북한지도부는 수령이 아닌 개별적 간부들이 선물을 주는 것은 무섭게 통제합니다.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는 "개별적간부들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거나 아부아첨하며 개별적간부들을 우상화하거나 무원칙하게 내세우는 현상을 철저히 반대하여야 하며 간부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상상을 뛰어넘는 통이 큰 선물을 받은 간부들과 주민들은 감동했습니다. 그러나 80년대부터는 불만이 생겼습니다. 수령의 선물이 나라에 대한 충성도에 비례해서 차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부들에게는 많이, 노동자 농민에게는 거의 차례지지 않았습니다. 수령의 이름을 걸고 나라재산을 나누어먹는 놀음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물놀음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선물놀음을 없앨 수 없었습니다. 선물은 대중적 지지가 약한 정치가가 이용할 수 있는 유력한 정치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도 김일성정치를 모방한다고 하지만 김정일의 선물정치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창전거리 과학자거리 등의 아파트 주택을 선물로 안겨주고 있습니다. 선물 중에서 그래도 주민들의 반향이 괜찮은 것은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고 누구나 골고루 받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라의 경제형편이 어려워 교복과 학용품 선물은 3회로 끝났습니다. 오늘까지 유지되고 있는 사탕과자 선물은 잘사는 집 아이들이 선물을 외면할 정도로 질이 나날이 낮아졌습니다.

남한에서 사탕과자는 어머니들이 가장 경계하는 식품입니다. 사탕과자를 많이 먹으면 영양불균형으로 인해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양부모가 다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들을 미처 챙겨주지 못하는 집 아이들이 밥 대신 당과류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북한의 어린이들은 사탕과자 선물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아직 적지 않은 부모들이 사탕과자 선물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