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지도자의 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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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새해에 국가과학원을 방문한 소식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국가과학원을 찾은 김정은은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가 비상히 강화될 수 있는 비결의 하나가 자주권과 사회주의의 운명을 걸고 과학기술발전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온 데 있다고 자찬했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 역량과 그들의 명석한 두뇌가 있기에 적들이 10년, 100년을 제재한다고 해도 뚫지 못할 난관이 없으며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기 위한 지름길은 과학기술을 앞세우는데 있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지지도 보도에는 "과학원에 특별상금을 배려해주는 은덕을 베풀어주었다"는 낯선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지도자가 현지지도 기념으로 돈을 주다니 너무 뜻밖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번 상금은 현지지도 선물로, 내용을 바꾼 것일 뿐 이는 오래 전부터 관행으로 되어왔습니다. 원래 지도자와 만나는 것은 정치적 표창입니다. 지도자와 만나면 접견자로 등록되고 함께 찍은 사진은 집의 가보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난국을 겪으면서 점차 정치적 표창으로써 접견의 의미는 퇴색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서인지 북한의 지도자는 현지지도를 하면 선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현지지도를 받으려면 들볶여야 했지만 차례 질 선물 때문에 은근히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물로 지급된 것은 사탕 과자, 고기, 식용유, 비누, 화장품, 담배, 때로는 TV와 같은 물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물은 물품이 아닌 돈입니다. 얼마나 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받는 사람들은 물건보다 상금이 낫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남한에서도 선물로 무엇을 받으면 좋겠냐고 조사하면 항상 현금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번에 준 상금은 지도자가 과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신임보다는 돈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어서 더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과학자들은 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특별배려로 옥수수 배급, 때때로 식료품과 옷 같은 것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과학자보다 시장상인이 돈을 훨씬 많이 법니다. 김정은 등장 이후 과학자, 기술자들에 대한 대우는 이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 과학원 연구사들과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원 연구사들을 위해 현대적인 주택을 공급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주택을 받은 과학자는 극소수입니다. 그리고 주택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이번 상금지급은 애써 눈감고 아웅 하기보다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다는 면에서도 용감한 행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공산주의자는 돈을 천시해야 한다고 교양해왔습니다. 1960년대 초 소련의 경제학자인 리베르만이 자본주의의 이윤제도를 도입하여 이윤의 크기에 따라 보상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을 때 북한의 일부 학자들과 일꾼들은 그에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노동자들은 가치법칙이고 까마귀법칙이고 필요 없다고 한다. 그저 먹고 살 정도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물질적 자극이 아니라 정치도덕적 자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북한주민이 우러러 받드는 지도자부터 돈을 좋아합니다. 오래 전부터 북한에서 번 외화의 대부분이 지도자 금고에 들어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지도자의 금고가 별도로 관리된다는 것도 비밀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도자는 돈을 많이 벌어 많이 바치는 사람에게 감사문도 보내고 영웅칭호도 줍니다.

과학자도 돈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에게 일회성 상금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월급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번 현지지도 상금이 그를 위한 하나의 계기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