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북한에서는 누가 살기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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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의 유명잡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년간 북한으로 흘러들어 간 자동차, 담배, 노트북, 휴대전화, 가전제품 같은 고급 사치품 규모가 4배로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 북한이 수입한 휴대전화 수는 43만 3,183개로 개당 평균 가격이 81달러였고 휴대전화의 수입 증가율은 4,200%에 이르렀습니다.

북한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강냉이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살지만 극소수 고위층은 입쌀밥도 싫증이 나서 건강에 좋다는 오곡밥을 지어먹고 돼지고기도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선을 위주로 먹고 있습니다. 또 일본산이나 한국산 옷, 화장품, 가전제품을 쓰고 있고 이탈리아제 가구로 방을 치장하고 자식들에게 월 100달러짜리 과외를 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의 소유이고 따라서 국가의 주인인 인민대중이 생산수단의 주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국가재산은 인민대중의 것이 아니라 간부들의 것입니다. 인민들은 국가기업으로부터 받는 것이 없습니다. 주민들이 공장에 나가 일을 해서 받는 돈은 월 1달러도 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잘사는 사람은 권력을 쥔 사람들입니다. 당, 보위부, 보안서, 검찰소 군부의 요직에 들어있는 간부들이 신흥부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돈이 될 만한 공장이나 기업은 내각이 아니라 권력기관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권력기관 간부들은 권력을 이용하여 외화벌이 회사를 내오고 특수를 운운하며 치외법권을 남용하여 국가재산을 마음대로 팔아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 외화벌이 회사들이 번 돈의 대다수는 주민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수 특권계층을 위해 이용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에서 실권을 쥔 사람들은 개혁개방을 반대합니다. 개혁개방을 하여 사적소유와 기업의 자유를 허용하게 되면 자기들의 정치적 지위가 흔들릴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허용하면 경제권을 쥔 세력이 등장하여 자기들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고 주민들도 지금처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모든 권력을 국가가 틀어쥐고 있으면 크게 품들이지 않고도 부자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권력중심 체제는 북한의 경제쇠락의 주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악화되는 경제상황은 주민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간부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핵심요직에 들어 않지 않으면 간부들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외화벌이 회사들은 지난 시기에는 북한의 산과 바다에서 나는 재원을 팔아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한때는 국제사회나 남한의 지원을 챙겨 부를 보충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주민들의 생활형편이 어려워지고 그것이 확대되어 중하급 간부들의 충성심이 약화되면 결국 북한체제가 흔들리고 권력을 이용하여 세상에 부럼 없는 생활을 누리던 고위급 간부들의 생활도 끝이 납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시장을 억누르고 주민들에 대한 통제수위만 높이고 있습니다. 권력자만 살기 좋은 세상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