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경제적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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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북한지도부는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에서 전환을 이룩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자립경제의 토대와 온갖 잠재력을 최대로 발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자립경제는 없습니다. 북한의 기간공업공장들은 낙후되어 경쟁력이 없으며 원료 연료가 부족해서 거의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양이 이전에 비해 활기가 넘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해 합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창전거리도 건설하고 놀이장도 만들었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평양에는 개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짓는 아파트가 국가가 짓는 아파트보다 더 많습니다. 개인들이 투자를 유치해서 봉사소를 만들어놓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관들에서 저저마다 택시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다보니 승용차가 너무 많아져 홀짝제까지 실시하고 있습니다. 운송회사의 버스가 전국각지로 사람들을 나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모두 평양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개인들이 아파트를 짓거나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북한지도부는 아파트 건설에 돈을 투자해도 그 출처를 따지지 않겠다. 그리고 개인들이 자금을 내서 운송회사나 봉사소를 운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부분적이나마 평양을 중심으로 기업 활동의 자유를 조금 허용한 것입니다. 그 효과는 대단합니다. 지난날 같으면 국가예산을 투자하고 당이나 청년동맹이 나서서 돌격대를 조직하고 사람들을 들볶아서야 할 수 있었던 그러한 변화를 개인들에게 허용한 작은 경영의 자유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이것을 더욱 발전시킬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당면하게 두 가지 문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우선 개인의 사적소유를 보호하고 기업활동의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기업을 운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초보적인 교통, 통신부터 시작해서 제재와 통제조치가 너무 많아 경영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개인재산을 국가가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수틀리면 재산을 몰수해버립니다. 화폐개혁이나 현대의 금강산관광투자 무효가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래서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행을 없애야 합니다.

다음으로 일한 것만큼 차례지는 분배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생산발전의 추동력으로 정치적 자극과 물질적 자극을 논합니다. 그리고 정치적 자극이 물질적 자극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적 자극을 우선으로 하면서 여기에 물질적 자극을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950년~1960년대 초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이 경제발전에 기여했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것은 사람들의 경제적 욕구입니다. 개인텃밭이 농장 밭에 비할 수 없이 작황이 좋은 것도 농사결과가 자기에게 차례지므로 열심히 가꾸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차례지는 것이 없습니다. 용돈도 되지 않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배급도 거의 타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기술자도 노동자도 경영자도 모두 통제에 못 이겨 그저 직장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하면 일한 것만큼 댓가가 차례지도록 해야 합니다.

경제적 잠재력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기업 활동의 자유를 주고 일한 것만큼 벌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경제강국 구호를 남발하지 않아도, 지도자가 공장과 어촌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경제가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