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민주주의 언론에 대한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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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7년 만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에서 남한은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북한은 군사훈련 중지와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 중단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최고 존엄에 관한 비방 중단을 이전부터 여러 차례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국제사회의 관례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식적으로 상대방 국가원수를 헐뜯는 성명을 낸다든지 공식직위를 갖고 있는 인물이 근거 없는 비난을 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외교문제로 됩니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는 한 언론이나 개인의 글을 문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민주주의 사회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국회, 정부, 사법의 3개의 권력이 있고 이들은 각기 독자성을 갖고 상호견제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언론입니다. 언론은 국회나 정부, 사법기관을 비판할 수 있고 대중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고도 합니다.

북한의 요구대로 북한지도부에 대한 비방을 완전히 금지시키려면 그와 관련한 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고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채택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정부는 그 법을 근거로 언론사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는 북한지도부에 대한 비방 금지라는 법을 만들 수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대한민국의 기본법인 헌법조항이기 때문에 그러한 법을 만들어도 통과될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법을 제안할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법을 제안한 국회의원이나 정당은 다음번 선거에서 낙선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거기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누구나 글을 써서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남한에서는 돈을 조금 들이면 어떤 책이든 출간할 수 있고 인터넷에 자기의 의견을 마음대로 써서 유포시킬 수 있으며 동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나 남한정부는 북한에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힘이 없습니다. 만약 당이나 정부의 누군가가 신문방송에서 어떤 기사를 좀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독재정치를 한다고 난리가 납니다. 게다가 남한주민들은 최고 존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평등한 사회에서 절대자가 있다는 사실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민들이 집권당이나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의 생각과 같지 않으면 서슴없이 비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붙들어가거나 공식적인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인은 비난받을 각오를 가지고 삽니다.

북한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가 언론지침을 내려 보내고 기자들을 그 정신으로 무장시켜 스스로 당에서 요구하는 원칙을 지키도록 합니다. 또한 언론기관의 자체검열을 거쳐 출판 검열국의 검열을 거친 기사만 내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의 기사를 만들어낸 기자가 있다면 정도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한다면 실현되기 전에 정치가나 정당이 먼저 파멸하고 말 것입니다.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 중지는 북한지도부의 무지가 빚어낸 제안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그러한 제안을 내놓기 전에 민주주의국가의 언론시스템부터 연구했어야 했습니다. 또한 이는 정치적 지위 유지와 출세를 위해서는 충성심을 과시해야만 하는 북한의 경직된 시스템이 빚어낸 작품입니다.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뻔히 알면서도 생억지를 써야 하는 북한간부들이 참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