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꽃 축전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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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을 맞으며 북한의 중앙텔레비전과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일화축전이 평양과 도 소재지들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고 소개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김정일화, 김일성화축전은 북한지도자의 생일축하 행사의 고정 메뉴로 되고 있습니다.

꽃 축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개최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 캐내디언 튤립 페스티벌, 불가리아 장미페스티벌 등은 세계적인 축제로 국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도 3월 중순 열리는 광양매화꽃축제를 시작으로 구례산수유꽃축제, 영취산진달래꽃축제 신안튤립축제, 진해벗꽃축제 등이 연이어 열리는데 봄철 꽃축제만도 30여개 이상 됩니다. 봄철 꽃축제장에는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웃음소리와 활기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화 축전은 주민들의 정서적 요구 실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최됩니다. 주민들은 단체로 줄을 지어 축전장을 찾습니다. 엄숙한 분위기가 떠도는 축전장을 관람하면서 주민들은 존경과 칭송을 표현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의 꽃 축제는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됩니다. 하필이면 수령의 생일이 겨울인데다가 김일성화, 김정일화가 높은 온도를 요구하는 식물이다 보니 꽃을 피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온실을 짓고 불을 때서 난방을 하고 전등을 켜서 필요한 빛을 보장하면서 꽃을 피워야 합니다.

경제가 발전된 나라라면 이만한 것쯤은 크게 문제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한은 온실농업이 발전해서 겨울에도 갖가지 채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딸기 철이어서 상점에 딸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옛말에서나 나오던 동삼의 딸기가 흔한 것으로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온실 화초 생산도 매우 발전했습니다. 겨울에도 주민들은 요구되는 갖가지 꽃을 마음대로 살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을 꽃으로 장식하는 것은 물론 명절, 생일, 졸업에 생화꽃다발을 주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수준에 비해 꽃 구입 비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형편이 다릅니다. 꽃 기르는데 필요한 전기와 연료는 북한에서 매우 귀합니다. 대다수 주민들이 난방이 충분하지 않은 집과 사무실에서 떨면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전기는 겨울이 되면 더 귀해져서 도시에서조차 하루에 몇 시간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주민들도 없어 쓰지 못하는 전기와 연료를 꽃 키우기에 돌리고 있습니다. 도 소재지나 큰 기업소에서는 온실을 만들고 전기와 연료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서 축전에 필요한 꽃을 보장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으로 다 충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일성화, 김정일화가 상품으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꽃을 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돈은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합니다. 김정일화 1송이는 15~30만원으로 쌀 50~60킬로그램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북한지도부가 김일성, 김정일화 축전을 벌이는 목적은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려는데 있습니다. 국가에서 월급과 배급을 주고 주민생활을 책임지던 때는 주민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당국에 복종했으며 충성의 마음으로 꽃을 피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살기 어려운데다가 주는 것도 없이 내라고만 해야 하는 오늘은 다릅니다. 주민들의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난날과 똑같은 행사를 지속하면 주민들의 반감만 높아지게 됩니다.

문화발전은 경제력을 전제로 합니다. 꽃을 즐기려면 비용이 필요합니다. 꽃 문화는 경제가 발전한 나라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입니다.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려면 꽃 축제를 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부담 없이 꽃을 키우고 즐길 수 있는 경제적 문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한 조건이 마련되기 전에는 김일성화 김정일화축제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민심을 얻는 방법입니다.